우리 동호회 好好 - 양천미술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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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미술협회 회원인 김근섭·이근수·김남권·전하람(왼쪽부터)씨가 27~31일 양천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창립 15주년…경력 5년 넘은 화가들

양천구에는 유난히 미술인들이 많다. “양천미술협회에 소속된 회원만 600명 가까이 된다”는 것이 양천미술협회 이근수(63·양천구신정동)회장의 설명이다. “살기가 좋아서일까요? 유난히 양천구에는 미술인이 많습니다. 한국미술협회에 등록돼 있는 서울 25개 구의 각 미술협회와 비교하면 양천구 미술인은 평균 200명 정도가 많습니다.”

올해로 창립 15년이 된 양천미술협회는 성신여대 미대에 재직 중인 장윤우 교수와 동료들이 만든 모임이다. 유난히 미술인이 많은 양천구에 미술인을 위한 모임이 없었기 때문. 회원들끼리 체계적으로 발표회를 갖고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가르쳐도 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지금은 양천구에 거주하며 5년 이상의 화가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 정회원은 400명. 나머지는 준회원들로 매년 이맘 때면 꾸준히 전시회도 연다.

많은 회원 수만큼이나 그림 사랑이 깊은 사람들로 구성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협회회원이자 총무인 전하람(39·양천구 신월동)씨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지만 시골에서 자라 그림을 그릴 여건이 못됐다. 그는 유아교육학을 전공하고 결혼까지 한 뒤에도 그림을 포기하지 못했다. 결국 서른 살에 다시 미술을 시작했고, 시험을 치러 계명대 미대에 입학했다. 전씨는 “그림은 시간이 필요한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그림은 단번에 완성되는 게 아니잖아요. 시간과 연륜이 필요한 작업이라 50~60세가 돼야 빛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늦게 시작한 공부여서 애착도 컸다. 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자신을 표현하는데, 나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가 바로 그림”이라고 말했다. 섬세한 선과 형태의 매력, 다양한 색이 주는 감성들이 그가 그림에 매료된 이유다.

“그림 그릴 땐 잡념이 없어져 좋아요”

협회 이사를 맡고 있는 김근섭(62·양천구 목동)씨는 “그림을 그릴 땐 잡념이 없어져 좋다”고 말했다. 또한 그림을 그리는 대상의 아름다움을 연구하게 되는 것도 매력의 하나다. 연구하다 보면 자연스레 이해가 되고 애착도 생긴다. 온전히 ‘그림’에 몰두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김씨의 그림 사랑 역시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사느라 바쁘고,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 그림과는 동떨어진 공무원의 삶을 살았다. 구청에서 시청, 시설관리공단 등으로 이동이 많았던 그는 회사를 옮길 때마다 그림 동호회에서 활동을 했다. 처음엔있는 동호회에 들어가는 수준이었지만, 나중엔 두 차례나 직접 동호회를 만들기도 했다.

김씨가 몰두하는 그림의 소재는 ‘다리’다. 토목을 전공했던 관계로 유난히 다리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전국의 다리를 돌아봤으며, 다리 그림만 30점에 이를 정도다. 2009년엔 개인전으로 ‘아름다운 다리 그림 전시회’를 열었다.

부회장 김남권(53·양천구 신정동)씨 역시 그림이 좋은 이유로 ‘몰입’을 꼽았다. “수줍음이 많던 학창시절, 외로움을 달래려 끊임없이 사생을 다녔다”는 그는 “그림을 그리면, 나를 잊고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고 얘기한다. 김씨에게 그림은 인생의 동반자다. 40여 년 넘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전국 각지의 농촌으로 사생을 다녔다. 그러면서 자연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졌다. 그는 요즘엔 환경을 주제로 그림을 그린다. “물이 더럽혀진 하천을 보며 ‘예전엔 이렇게 맑았겠지’ 라고 상상하며 그립니다. 실제로 그렇게 되길 바라면서요.”

양천구문화회관서 제16회 양천미술협회전

환경을 주제로 하는 것은 이근수 회장도 마찬가지다. “환경에 관한 화제가 별로 등장하지 않았던 30년 전부터 고민해온 주제”라는 이 회장은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이나 발견하지 못한 것을 그림에 담아 보여주는 것 역시 화가의 역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회장은 곧 있을 양천미술협회 전시회 준비로도 바쁘다. 이달 27일부터 31일까지 양천구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제16회 양천미술협회전’이다. 매년 회원들의 그림을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뿌듯한 자리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전시공간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회원 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시 공간이 적습니다. 그림과 그림 사이를 여유롭게 배치해 시각적인 것은 물론 미각적으로도 조화를 이루는 전시를 했으면 좋겠어요.”

순수예술에 관한 문턱이 조금 낮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김근섭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회를 찾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인들에게 전시회를 한다고 말하면 ‘선물이라도 사가야 하나’ 라며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많아요. 부담 없이 찾아와 그림을 즐겨주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림을 감상하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은 “전시를 찾은 사람들이 많이 하는 질문의 하나가 “작품을 어떻게 보는 게 좋으냐”라는 것”이라며 “누가 그렸는지, 혹은 그 화가가 유명한지를 묻는 사람은 그림을 볼 줄모른다고 본다. 가장 좋은 것은 본인의 감성을 기준으로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고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남권씨 역시 “감상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전시장에 와서 가장 끌리는 그림을 감상하면 된다. 그림을 보고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생각났다든지 하는 식으로, 사소하지만 자신의 느낌을 얘기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게 바로 그림을 감상하는 자세다.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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