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기술,인터넷의 '주류'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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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아직도 생소하게 들리는 ''스트리밍미디어''가 세계무대에서 인터넷의 핵심 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스트리밍이란 쉽게 말해 데이터를 동영상으로 제공하는 하나의 기술이며 이제는웹캐스팅, 즉 인터넷방송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인터넷방송을 위한 기술은 크게 스트리밍(Streaming)과 푸시(Push), 플래시(Flash) 등 세가지. 이 가운데 푸시는 사용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방송사가 콘텐츠를 밀어넣는 방식으로 공중파TV의 화면 하단에 흐르는 자막을 생각하면 된다.

플래시도 푸시와 형식만 달리할뿐 사용자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푸시와 큰 차이가 없다. 지금까지 푸시는 텍스트에, 플래시는 사진과 애니메이션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스트리밍은 동영상 데이터를 잘게 쪼개서 보내고 사용자가 전송받는즉시 구현되게 하는 기능이다.

스트리밍으로 전송된 데이터는 실행과 동시에 사라지며 따라서 데이터가 하드디스크에 저장돼야 구현되는 기술인 다운로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방송업체의 입장에서 볼때 스트리밍이 다운로드에 대해 갖는 장점은 무엇보다도''디지털 저작권''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다.

다운로드 방식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MP3의 경우 개인들이 콘텐츠를 소유하고재배포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음반업자와의 저작권 소송에 휘말렸다. 그러나 스트리밍은 다운로드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업자의 입장에서는 마음놓고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법원은 지난해 말 ''DMC(Digital Millennium Copyright)법안''을통해 스트리밍미디어는 저작권과 무관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저작권 문제에 못지않게 스트리밍이 방송업체에 유리한 것은 캐티즌(Cast+네티즌)의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

다운로드 방식으로 제공되는 콘텐츠는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만 확보하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에 방송업체의 입장에서는 도움이 안된다. 그러나 스트리밍 미디어는 개인들이 콘텐츠를 원할때마다 항상 해당 웹사이트를방문하도록 함으로써 회원수와 페이지뷰를 늘려 인터넷방송 업체가 사업을 펼칠 수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방송업체의 입장과 별도로 사용자의 입장에서 스트리밍이 편리한 것은 다운로드로 하드디스크의 용량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동영상의 경우 텍스트에 비해 용량이 워낙 크기 때문에 몇개의 파일만 다운받아도 하드디스크의 공간을 가득 메워 버린다.

특히 어지간한 동영상을 다운받기 위해서는 전용선이 깔려 있더라도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도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하다. 이같은 강점으로 스트리밍은 이제 인터넷 방송의 존립을 가능하게 하는 필요충분조건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95년께 리얼네트워크사가 처음 태동시킨 스트리밍 미디어는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분야에 뛰어들면서 지난 98년부터 6개월마다 2배규모로 급성장하기 시작해 지금은 하나의 새로운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양사는 각각 ''리얼 플레이어''와 ''윈도미디어 플레이어''라는 이름으로 동영상을구현할 수 있는 스트리밍 플레이어 툴(TV의 브라운관에 해당)을 개발했으며 리얼은현재 버전8이, 윈도미디어는 버전7이 각각 출시된 상태다.

이와는 별도로 애플컴퓨터가 ''퀵타임 플레이어''라는 툴을 제공하고 있지만 양대산맥이 펼치는 경쟁대열에는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스트리밍 산업이 인터넷의 중심으로 떠오른 미국과 유럽에서 리얼과 윈도미디어의 시장점유율은 대략 80:20으로 리얼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편.

그러나 국내에서는 지난해 80:20에서 올해는 50:50으로 윈도미디어가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 인터넷방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는 MS가 워낙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데 원인이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서버의 가격에서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동시접속 유저(User) 100명에 필요한 리얼네트웍스의 스트리밍 서버는 가격이무려 1천800만원에 달하지만 MS는 이 서버를 공짜로 제공하며 다만 서버를 구동하는하드웨어로 30만원만 투자하면 된다는 것. 올들어 국내에서도 인터넷방송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이미 5백여개를넘어섰지만 대체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올해 설립된 회사는 대부분 윈도미디어 서비스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MS의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 비용절감 효과를 지속시켜 줄지에 대해서는의견이 분분하다. 홍성구 한국인터넷방송협회 회장은 "윈도미디어로 서비스를 하는 것이 당장은비용이 적게 들지만 MS의 전략을 볼때 이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스트리밍 분야만큼은 미국과 유럽에서 MS가 절대적 소수"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에서는 기존의 포털서비스 업체나 공중파 방송들도 스트리밍 미디어산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야후는 지난해 4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업체인 AOL을 물리치고 웹캐스팅 업체인브로드캐스트닷컴을 57억달러에 인수한데 이어 올해는 비즈니스 뉴스를 전문적으로제공하는 인터넷방송인 ''파이낸스TV''를 설립했다.

라이코스도 지난 4월 엔터테인먼트 전문 인터넷방송국인 ''라이코스TV''를 설립,스트리밍 미디어를 직접 제작해 서비스하는 등 스트리밍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사이트에서는 머지않아 오디오와 비디오 등 스트리밍 파일이검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밖에 미국의 공중파 방송인 ABC와 NBC, 케이블방송인 CNN 등도 각각 인터넷방송국을 설립, 스트리밍 미디어를 새로운 비즈니스의 툴로 활용하고 있다. 빌 게이츠 MS회장은 지난해 스트리밍 미디어쇼의 기조연설에서 "스트리밍은 인터넷이 이뤄낸 새로운 미디어의 혁명이며 앞으로 스트리밍이 인터넷의 주류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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