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눅스 2000 준비소홀로 `삐걱'

중앙일보

입력

정보통신부에서 주최하는 `글로벌 리눅스 2000''행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준비 소홀로 여기저기서 삐걱거리고 있어 한국의 리눅스 열기를 한단계 상승시키려는 당초의 취지가 실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행사는 한국을 리눅스에 관한한 `아시아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정보통신부의 야심찬 계획하에 기획됐으며 리처드 스톨만 등 리눅스의 거장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에서 국내 리눅스 업계와 리눅스 이용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켜왔다.

그러나 행사 준비 과정이 너무나 주먹구구식이어서 행사가 임박한 지금은 `별탈없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는 게 참여 업체 관계자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결정적으로 국내 리눅스 업계를 대표하는 업체들이 불참해 김이 빠졌다.

한글 OS인 `알짜리눅스''를 개발, 국내에 리눅스의 씨앗을 뿌린 리눅스코리아를비롯해, 리눅스 애플리케이션의 선두주자인 한컴리눅스, 서버 분야에서 기술을 인정받고 있는 리눅스원, 미지리서치 등이 빠졌다.
특히 리눅스코리아의 경우 스톨만씨가 이 회사의 이만용 기술이사 집에서 숙식하기로 돼 있어 이 회사의 불참에 대해 업계에서는 "오죽하면 그러겠느냐. 그럴만한이유가 있다"는 반응이다.

이처럼 업체의 참여 열기가 저조한 것은 주최측이 업체들의 규모에 걸맞지 않은많은 금액의 참가비를 요구한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리눅스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참가비로 수천만원을 선불로 요구했는데, 여기에행사 준비 비용까지 더하면 1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그 돈을 차라리 기술개발비에 쓰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 불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 행사에 참여해 일반인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는 업체들에게도 별도의 강연비를 내도록해 빈축을 사고 있다. 돈문제도 그렇지만 홍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업계의 불만을 더했다.

행사에 참여하는 한 업체는 "외국 명사들이 대거 온다고 하지만 그들에 가려 국내 업체들은 누가 참여하는지, 어떤 제품을 소개하는지 전혀 홍보가 되지 않았다"면서 "컴덱스 등 그동안 외국에서 치러진 행사를 보면 몇달전부터 주최측이 인터넷 홍보 사이트를 운영하며 참여 업체와 제품에 대해 소개를 해준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번 행사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정통부와 산하 한국리눅스협의회가 주도적으로 행사를 꼼꼼히 챙기지 못하고 리눅스와 전혀 무관한 이벤트 업체에행사를 전적으로 맡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벤트 회사가 미국측과의 인맥을 이용해 외국 손님들은 대거 초청했지만 국내 업체들에게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 우리는 그저 들러리나 서는 기분"이라며 "리눅스에 대한 지식이나 애정이 없는 이벤트 회사에게 일을 다 맡기고 정부 당국은 나몰라라 했으니 제대로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한편 이들 리눅스 업체들은 12일 저녁 서울의 한 호텔 음식점에서 모여 이번행사와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으며, 업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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