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 공장이야 반도체 공장이야?” … 검사 또 검사 ‘클린 공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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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인삼공사 고려인삼창 직원이 깨끗이 씻어 낸 인삼을 최신 증삼기에서 쪄 내고 있다. 황백색이던 인삼은 증삼기를 통과 하면 연한 갈색으로 변한다.

10월은 인삼 수확의 절정기다. 한국의 대표적 건강기능식품인 홍삼은 이때 수확한 인삼으로 만들어진다. 지난 6일 오전 기자가 찾아간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의 한 인삼밭도 수확이 한창이었다.

 “부르렁, 부르렁….”

 125마력짜리 트랙터가 촉촉한 밭 고랑 위를 한 번 훑고 지나가자 어린이 손목만한 인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6년간 땅의 기운을 흡수하고 자란 6년근 인삼들이었다. “이렇게 사람 인(人)자처럼 생기고, 몸체가 굵고, 두 다리가 잘 형성돼 있는 것이 좋은 삼입니다.” 2대째 인삼을 재배하는 김일봉(52)씨는 “인삼은 주인 발걸음 소리를 알아듣는다는 말이 있듯 인삼 재배에는 정성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올해는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작황이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의 인삼밭에선 두 가지가 눈길을 끌었다. 첫 번째는 한국인삼공사가 파견한 2인 1조의 ‘수확입회인’이었다. 한 사람은 인삼밭에 붙어서 눈을 떼지 않았다. 또 한 사람은 인삼이 트럭에 실리는 과정을 감독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6년근 인삼 바꿔치기’를 막기 위해서였다. 두 번째는 인삼밭을 빙 둘러싸고 있는 철선울타리였다. 1만3000볼트 전기가 흐르는 울타리는 철선이 끊어지면 경보를 울리도록 돼 있는 도난방지시설이다.

 밭에서 수확한 인삼의 수송은 은행의 현금운송작전 이상이었다. 인삼이 실린 상자는 바로 봉인되고, 이력추적 바코드가 붙었다. 그 상자를 실은 트럭도 봉인됐다. 그 트럭에 수확입회인 1명이 동승했고, 다른 1명은 다른 차를 타고 트럭을 뒤따랐다. 김씨 같은 인삼 재배 농가의 최대 거래처는 인삼공사다. 이 회사가 만드는 홍삼브랜드 ‘정관장’은 국내 홍삼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절대 강자다. 대기업들도 홍삼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정관장의 독주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정관장 홍삼은 세계 최대 규모(약 18만㎡)의 홍삼제조공장인 고려인삼창에서 만들어진다.

 같은 날 오후, 충남 부여군 규암면에 있는 고려인삼창을 찾았을 때 공장 안에서는 인삼 찌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인삼을 쪄서 말려야 홍삼이 되기 때문이다. 공장의 청결함은 반도체공장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공장 안에서 청정복과 모자, 신발을 별도로 착용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나마 화장실에선 신발을 바꿔 신어야 했다.

 공장에 도착한 인삼은 고압세척기와 초음파세척기를 통해 이중 세척됐다. 이 인삼을 최신 증삼기 안에서 적당한 온도로 쪄내자 황백색이었던 색깔이 연한 갈색으로 변했다. 이후 약 보름간의 건조과정을 거치면 홍삼으로 탈바꿈된다.

 정관장 홍삼의 핵심 경쟁력은 철저한 검사였다. 인삼공사는 홍삼 제품 출시 전까지 총 여섯 차례 검사를 한다. 농가와 계약을 맺기 전 재배지의 토양검사를 시작으로, 1년간 자란 묘삼 검사-5년근 인삼 검사-6년근 인삼에 대한 두 차례 검사-홍삼 제품화 공정 시작 전 검사다. 이 중 한 번이라도 농약이나 중금속이 나오면 바로 폐기한다. 농가와도 그렇게 계약을 한다.

조용래 고려인삼창 품질관리실장(49)은 “미량이라도 중금속이나 오염물질이 나오면 수매하지 않기 때문에 재배농가에서도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며 “홍삼 제조는 검사에서 시작돼 검사로 끝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쟁력은 엄격한 품질관리였다. 대표적인 것이 홍삼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물의 수질 관리였다. 조 실장은 “미생물 분석을 통해 ‘먹는 물’ 수준이 돼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안성·부여=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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