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의 인터넷 : Mobile Life(3)

중앙일보

입력

29세 회사원 민. 출근길 지옥탕이 어느 정도 비워질 무렵 PCS를 꺼내 본다. ‘메일’ 을 확인하고 ‘데스크’에 들어가 ‘나의 일정’을 보니 외부 업체 미팅이 한 건 있다.

‘오늘의 뉴스’.에 들어가 우선 헤드라인만 훑어보고 새로 등록할 메일매거진이 없을까 ’이지페이퍼’’에 접속한다. ‘쌩쌩영어’ – 언제나 날 울리는 주제, ‘영어’. 그 이름처럼 쌩쌩하게 내 입에서 꼬부랑말들이 쏟아지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도 모르게 이메일을 기입하고 구독신청버튼을 꾹 누른다.

지금은 오후. 회사에서 업무를 정리하고 외부 업체와의 미팅장소로 향하는 길이다. 서울의 교통체증을 피해 지하철을 타기로 결정. 후불제 교통카드 기능을 갖춘 PCS로 체크하고 들어가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뿔싸, 표지판을 제대로 봐두지 않았군.

어느 방향이더라? 다시 PCS를 꺼내들고 ‘지하철정보’를 살펴본다. 지하철 노선정보에서 최단경로, 연계버스 안내까지 한큐에 오케이!

무료한 지하철 안. ‘mobile금융거래’에 접속한 뒤 ‘E-trade’에 들어가 시황과 시세정보를 본다. 문의할 게 있으면 바로 고객센터로 연결되니 꽤나 편리하다. 금융정보가 샐까 두려워 아직 PCS로 거래는 해본 적 없지만 그렇게 불안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참, 오늘 잠실서 축구경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오늘의 경기일정’을 누르니 바로 뜬다. ‘대전-수원’(19시….) 경기를 두 눈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경기결과는 이 손안에 고스란히 남겠지.

외부업체 미팅도 끝내고 보고서도 작성하고 오늘 일정,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오랜만에 일찍 들어가보는 집. 벌써부터 눈이 감긴다. 그때 난데없이 기타소리 두둥거리는 ‘나만의 벨소리’가 울리고...언제부터인가 반갑지만은 않은 소리. 도대체 누굴까.

얼굴 본지 1년은 되어가는 대학동창녀석이 술 한잔 걸치자고 한다. 별 수 있나. 신사동 근처 ‘술집찾기’를 뒤지니 회원카드도 만들어주고 호텔경력 20년 된 요리사의 안주가 준비된다는 술집이 눈에 보인다…

녀석과 나는 어느덧 곤드레만드레 취해 30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심정을 주절거리고 있고, 삼경이 무르익을 무렵 녀석이 던지는 한 마디. “집에 어떻게 가지” 택시잡기 귀찮으니 24시간 영업장소 어디에나 몸을 뉘어버리자는데…이 몸은 이제 그렇게 무너질 수 없다. 녀석은 알고 있을까. PCS로 호출하는 ‘컴택시’가 있었음을.

실명제 모범택시 속에서 몽롱한 느낌가득 오늘하루를 돌아본다. 편리한 세상, 조금은 손끝이 바빠진 세상, 이것이 바로 ‘모바일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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