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투자 이렇게] 요리학원 다니며 꼼꼼히 정착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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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와 전문지식이 있어야 한다. 만만하게 보고 덤벼들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에서 음식점 '해토' 를 운영하는 조경무(54)씨는 이런 점에서 본보기가 될 만 하다.

조씨는 건설교통부 산하기관에서 18년동안 근무하다 명예퇴직한 1995년 8월 근거지인 인천을 떠나 줄곧 동경해온 전원생활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연을 즐기기 위해서는 고정수입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 음식점을 하기로 결정했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4개월 동안 요리학원을 다녀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그 다음 장소를 물색하는데 1년 이상 걸렸다. 처음에는 서울에서 가까운 양수리와 포천 일대를 주로 둘러봤다. 마음에 드는 곳은 평당 1백만원 이상을 호가했다.

하는 수 없이 더 멀리까지 발품을 팔아야 했고 수소문 끝에 현재의 자리를 찾았다. 버스가 하루 네번 밖에 다니지 않을 정도로 한적한데다 앞에 계곡이 흐르고 뒤에는 산이 병품처럼 두르고 있는 곳이었다. 3km만 나가면 양평에서 홍천으로 이어지는 6번 국도를 만날 수 있어 교통도 편리했다.

조씨는 1997년3월 준농림지인 논 2백80평을 평당 30만원에 매입해 건축학과 교수인 사촌동생에게 설계를 부탁했다.

황토집인데도 유리창을 많이 만들어 바깥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지붕은 볏집 대신 대나무 줄기로 엮어 매년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했다. 실내에 한옥마루를 만들고 벽 난로를 설치, 정취를 더했다.

또 오붓한 분위기를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가족이 거처할 방 3개 이외에 방 5개를 별도로 만들었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인부를 고용해 꼼꼼하게 짓는 바람에 10개월이 걸렸다. 60평 건축비가 평당 3백50만원씩 모두 2억1천만원이 들었다.

97년말 개업한 조씨는 자신이 직접 요리한 게장 백반(1만5천원), 토종닭 백숙(2만5천원), 매운탕(2만~4만원)을 메뉴로 내놓고 있다.

그는 좋은 음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매일 새벽 서울 가락시장을 다닌다. 기차를 타고 오는 예약손님을 위해서는 11km 떨어진 용문역까지 마중나간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손님이 꾸준히 늘어나 한달 매출이 5백만원정도 된다. 일을 도와주는 아주머니 한사람의 인건비와 재료비를 빼고도 3백만원 정도 번다.

게다가 준농림지이던 땅이 근린생활시설로 바뀌어 집을 팔 경우 상당한 이익을 남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팔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조씨는 "장사가 잘되면 좋고 손님이 없어도 마당에 뛰노는 흑염소와 자연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 이곳 생활이 더 없이 좋다" 고 말했다.

0338-773-1236.

양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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