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효봉칼럼 - 임창용, 올해는 안식년

중앙일보

입력

지난 3년동안 규정이닝을 채우며 혹사당한 삼성의 마무리투수 임창용이 올해는 푹 쉬고 있다.

4일 현재 삼성의 성적은 28승23패. 팀이 올린 28승 가운데 임창용은 3승9세이브를 기록, 팀승리의 43%인 12세이브포인트를 올렸다. 두산의 진필중이 올 시즌 팀승리의 63%를 책임지고 있는 것과는 큰 차이다.

임창용은 현재 마무리투수 가운데 가장 적은 17경기에 등판했고 던진 회수도 20이닝에 불과하다. 팀의 7연패도 있었고 이기는 경기는 큰 점수차가 나 등판할 기회가 적었다는 이유도 있지만 지난 3년동안 팀승리의 70% 가까이 책임져 온 임창용의 행보와는 분명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지난해는 팀이 올린 73승 가운데 51SP(70%)를 기록했고 98년 해태시절에는 61승 가운데 42SP(69%), 97년에는 75승 가운데 53%인 40SP를 기록했다.

올 시즌 임창용은 일단 투구회수가 많이 줄었다. 17경기 가운데 가장 많이 던진 것은 2이닝으로 단 두차례, 9경기는 1이닝안에서 마무리했고 평균 1.1이닝을 던졌다.

임창용의 등판을 좀더 자세히 보면 김용희감독의 임창용 투입전략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우선 예년에 흔히 봤던 한두점차로 지고 있을 때 8회나 9회에 등판시키는 모습을 올해는 볼 수 없다.

SK와의 개막전. 3:2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홈개막전임을 감안하면 9회쯤 임창용이 마운드에 오를만도 했는데 등판하지 않았다. 4월28일 롯데와의 경기에서도 5:4로 뒤진 상황에서 임창용은 등판하지 않았다.

승부를 뒤집지 못하면 1,2이닝을 던질 뿐이고 동점이나 역전이 되면 임창용으로 밀고 간다는 계산된 등판인데 올해는 없었다.

5월12일 LG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5:4로 뒤진 삼성이 6회말에 5:5 동점을 만들었다. 7회부터 임창용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임창용은 9회에 나왔고 삼성이 9회말 결승점을 올려 6:5로 이겼다.

4월 16일 해태전은 3:2로 앞선 상황에서 9회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그만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당연히 연장전은 임창용의 몫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10회부터는 김현욱이 등판했고 이날 삼성은 6:4로 졌다.

4월 11일 수원 현대전 3:1로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8회 2사 1,3루 타자는 4번타자 윌리엄스다. 장타가 나오면 동점에 역전까지 가능했지만 임창용은 투입되지 않았다. 8회 2사후였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임창용은 결국 9회에 마운드에 올라 세이브를 따냈다.

5월 21일. SK전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1의 팽팽한 투수전에 임창용은 9회부터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11회 박영진으로 교체됐다. 승패를 떠나 2이닝만 던졌다. 결국 삼성은 12회말 결승점을 내주고 2:1로 졌다.

삼성은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이 목표다. 지난 2년동안 100억 가까운 돈을 투입하며 타구단의 스타들을 끌어 모으고 프랑코, 스미스 등 수준급 타자들을 뽑은 것은 오로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하기 위해서다.

시즌 초반 임창용의 등판을 보고 있노라면 김용희감독이 포스트시즌을 얼마나 염두에 두고 있는지 쉽게 느낄 수 있다. 정규리그 성적은 올해 삼성에게 의미가 없다.

목표는 오로지 한국시리즈 우승. 지난해 임창용 혹사로 한국시리즈 진출 좌절이라는 뼈아픈 경험을 이미 한차례 했기에 올해는 임창용을 정말 보물처럼 아끼고 있다.

김용희감독의 철저한 임창용 보호가 과연 올 시즌 삼성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 이효봉 - 現 SBS스포츠TV 프로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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