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솔 보스니아 단짝친구는 쿠바혁명 체 게바라 숭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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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손자 김한솔군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는 동급생들. 맨 왼쪽 체 게바라의 얼굴이 새겨진 셔츠를 입고 있는 학생이 다미르. 그 옆의 학생은 기숙사 앞에서 김군을 만나기 위해 기자들이 진을 친 광경이 펼쳐지자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이들이 한솔군과 주로 어울리는 학생이다. [모스타르=이상언 특파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손 김한솔(16·사진)군에게 단짝 친구가 생겼다. 그가 다니고 있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모스타르에 있는 유나이티트월드칼리지(UWCiM)의 동급생 다미르(16)다.

 15일 저녁(현지시간) 김군은 다미르와 단둘이 기숙사 식당 앞에 나타났다. 학교 측이 배치해놓은 사설경비업체 경호원들은 이날 모두 사라졌다. 다미르는 김군이 기숙사에 도착한 12일부터 늘 식사를 함께해왔다. 보스니아 국적의 다미르는 김군의 대변인처럼 행동하고 있다. 김군을 만나기 위해 기숙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취재진에게 “한솔이 언론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한다” “특히 한국 기자들을 만나는 것은 꺼리고 있다” 등의 말을 해왔다. “여기는 사적인 공간”이라며 기자들의 기숙사 내부 접근을 막아서기도 했다.

 다미르는 이날까지 사흘 동안 쿠바 혁명 주도자의 한 명인 체 게바라(Che Guevara·1928∼67)의 얼굴이 그려진 셔츠를 입었다. 셔츠에 관심을 보이자 “체는 존경스러운 혁명가”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의사였던 게바라는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혁명을 성공시킨 뒤 공산 혁명의 확대를 노리고 게릴라전에 나섰다가 볼리비아에서 붙잡혀 총살당했다.

 다미르는 “요시프 티토(1892~1980)처럼 국가의 진정한 통합을 이끄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말도 했다.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1945~92·옛 유고연방)의 독재자 티토는 비동맹 사회주의를 내걸고 미국과 소련 모두에서 원조를 받아냈다. 그는 92년 옛 유고연방이 해체되고 다민족·공산 체제가 몰락한 뒤 잊혀진 인물이 됐다. 하지만 연방 해체로 커다란 내전 피해를 보았던 보스니아에선 국가 통합을 유지한 인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김군은 2년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게바라를 꼽았다. 김군의 증조부인 김일성 전 북한 주석과 티토는 가까운 사이였다.

 김군의 학교에는 12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절반가량이 보스니아 현지 학생이고 나머지는 유학생이다. 유학생 중 상당수는 헝가리·체코·폴란드 등 옛 소련에 포함됐던 동구권 국가에서 왔다. 학교 관계자는 “UWC 본부에서 홍콩 당국이 김군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하자 나머지 12개 지역의 분교 중 이곳이 김군에게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판단해 부모에게 권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타르(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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