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난타당한 90년대의 두 투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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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투수중 최고의 경력을 자랑하는 로저 클레멘스와 그렉 매덕스의 사상 첫번째 대결은 '뉴욕 양키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팀 간의 명승부가 펼쳐졌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양대 리그의 최고 투수로 군림해온 로저 클레멘스와 그렉 매덕스는 들러리 신세에 불과했다.

그렉 매덕스는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445번의 선발 등판에서 최초로 경기 시작과 함께 연속 4안타를 맞으며 위기에 몰렸다. 무사 2·3루의 위기에서 더 이상의 추가 실점을 하지 않고 잘 막았지만, 출발부터 불안하기만 했다.

그러나 로저 클레멘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퀼비오 베라스를 견제하려다가 공이 빠지면서 2루까지 보냈고, 치퍼 존스에게 행운의 좌전 안타를 맞으며 실점했다.

양키스의 척 노블락과 데릭 지터, 폴 오닐은 2회초에도 그렉 매덕스의 공을 타격 연습을 하듯이 연속 안타를 날리며 3-1로 달아났다.

그러나 브레이브스는 2회말에도 상대 실책의 도움으로 가볍게 1점을 보탰다. 양키스는 3회초, 그렉 매덕스의 파울볼에 무릎을 맞은 호헤 포사다 대신 포수 마스크를 쓴 크리스 터너가 그렉 매덕스를 상대로 이번 씨즌 첫 홈런, 메이저리그 통산 4호째 1점 홈런을 날렸다.

1회말과 2회말, 필요할 때마다 나오던 양키스의 실책은 3회말에도 이어졌다. 무사 1루에서 월리 조이너가 친 유격수 앞 병살타성 타구를 데릭 지터가 더듬으며 타자와 주자, 모두 살려주었고, 브라이언 조던은 양키스의 기를 꺾는 좌월 3점 홈런을 날리며 역전시켰다.

하지만 양키스도 4회초, 데릭 지터와 폴 오닐의 연속 안타로 만든 1사 2·3루에서 데릭 지터의 3루 도루를 저지하려던 페르난도 루나의 송구 실책과 티노 마르티네즈의 적시타로 6-5로 재역전했다.

4회말은 오늘 경기 처음으로 무득점, 삼자범퇴가 나왔고, 5회초에도 이어졌다. 하지만 5회말 브레이브스는 대타 하비 로페즈의 2루타로 6-6의 동점을 이루었다.

양키스는 6회초 선두 타자 데릭 지터가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득점 기회를 만들기 시작했다. 2사 2루에서 그렉 매덕스는 티노 마르티네즈를 고의 사구로 승부를 포기하고 크리스 터너를 선택했다. 그러나 크리스 터너는 깨끗한 우전 안타를 터뜨리며 다시 7-6으로 역전했다.

두 팀의 투수는 마이크 렘링어와 제이슨 그림즐리로 바뀌었다. 그러나 양키스의 바뀌지 않은 수비진은 또 다시 실책을 저지르며 2사 후에 1·2루의 위기를 자초했고, 하비 로페즈는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8-7 재역전에 성공했다.

투수 교체 시기마저 놓친 양키스는 7-8로 뒤지던 8회말에 4안타 집중적으로 맞으며 3실점, 사실상 자멸하고 말았다.

그러나 브레이브스도 9회초 1이닝당 1개 이상의 워크를 허용한 존 로커를 마운드에 올린 이상, 마음 놓을 수만은 없었다. 아니나다를까 존 로커는 안타없이 2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고, 타석에는 장타력이 뛰어난 셰인 스펜서.

혹시나 그랜드슬램이 터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는 셰인 스펜서가 존 로커의 3구를 쳤을 때, 순간 홈런으로 착각할 정도의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지만, 좌월 담장에 기댄 트레니다드 허바드에게 잡히고 말았다.

데릭 지터는 6번 타석에 나와서 4타수 4안타, 워크 2개로 100% 출루하며 맹활약했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로저 클레멘스는 5이닝 동안 6안타 6실점(4자책), 그렉 매덕스는 5⅔이닝 동안 13안타 7실점으로 혼쭐이 났다.

비록 브레이브스의 승리로 끝났지만, 실책을 4개나 저지른 양키스가 자멸한 것에 가까웠다. 화려한 투수전은 경기 초반부터 사라졌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한눈을 팔 수 없는 명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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