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가상결승 (1) 페이서스-블레이저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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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서스 : 56승 26패, 센트럴 디비젼 1위
블레이저스 : 58승 24패, 퍼시픽 디비젼 2위

사실 서부 컨퍼런스 결승전이 시작할 당시만 해도 많은 이들이 "올해 파이널은 포틀랜드-인디애나"전이 될 것이라 예상했었다.

오늘 뉴욕 닉스를 꺾고 사상 최초로 NBA 파이널 진출을 확정지은 페이서스는 레지 밀러를 중심으로 NBA 파이널 경험은 없지만 플레이오프 경험은 그누구보다도 많은 베테랑들로 구성된 팀. 동시에 벤치멤버들 역시 <동부의 포틀랜드>라 불리워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수한 선수들이 많이 포진해있다.

블레이저스 역시 페이서스와 비슷하다. 우수한 베테랑들이 많으며, 단지 페이서스보다 나은 것이 있다면 스카티 피픈이라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 리더로 버티고 있다는 것 뿐.

피픈은 2년 전 시카고 불스 소속으로서 래리 버드-밀러의 페이서스와 맞붙어 탈락의 위기를 간신히 극복한 바 있다.

양팀의 인연을 살펴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우선적으로 페이서스는 블레이저스로 하여금 "처음"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게 하였다. 시즌 첫 홈패배도 페이서스가 안겨 주었으며, 시즌 첫 3연패도 페이서스에게 패하면서 기록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디애나는 최고의 수비팀으로 평가받는 포틀랜드가 100점이상을 허용한 9번째 팀이기도 하다.

데틀리프 슈림프는 NBA 선수 생활 초기에 페이서스의 식스맨으로 플레이하며 두번이나 <올해의 식스맨>상을 수상한 바 있다.

스티브 스미스도 페이서스가 그리 낯설지 않다. 피픈이 동부컨퍼런스 결승전에서 페이서스의 라이벌로서 지냈다면 스미스는 애틀랜타 혹스의 주전 가드로서 서로 물고 물리는 1,2라운드의 라이벌로 오랫동안 다투어왔다.

한편 은퇴를 앞둔 샘 퍼킨스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처음으로 NBA 파이널을 경험할 당시 자신을 탈락시켰던 팀의 에이스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바로 피픈이다.

90-91 시즌 LA 레이커스 선수로서 마이크 던리비 (현 블레이저스 감독) 감독 아래 파이널에 올랐던 퍼킨스는 피픈-조던이 활약한 시카고 불스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그는 1차전서 결정적인 3점슛을 터뜨려 레이커스에 귀중한 1승을 보탰으나, 이후 레이커스는 내리 4연패를 당하며 물러난 바 있다.

베테랑들이다 보니 서로 얽히고 섥힌 인연이 참 많다.

정규 시즌중 맞대결 전적은 의외로 인디애나가 앞서고 있다. 페이서스는 정규시즌동안 블레이저스에게 2전 전승을 거두었다.

11월 29일 첫 맞대결을 가진 페이서스는 제일런 로우즈와 데일 데이비스의 39점 합작 활약에 힘입어 블레이저스를 93-91로 격파했다.

당시 페이서스는 7승 7패로 시즌 초반 <우승 후보 0순위>에 올랐던 팀으로서의 자존심을 구기고 있던 때였으며, 반대로 블레이저스는 13승 2패 (원정 8승2패)를 기록하며 <역시 우승후보>라는 평가를 받으며 쾌속질주하던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블레이저스에 시즌 홈 첫 패배라는 충격을 안겨다준 팀이 바로 페이서스였다. 스카티 피픈과 스티브 스미스는 밀러를 15점 (2-of-11 FG)으로 묶는 쾌거를 올렸으나 피픈(20점)이 마지막 슛을 실패해 아깝게 패했다.

2번째 대결은 3월 9일에 있었다.

이때는 분위기가 반전되어 있었다. 페이서스는 한참 안방불패를 달리며 다시 정상궤도에 오른 반면, 블레이저스는 2월 29일있었던 LA레이커스와의 맞대결서 패한 이후 막 슬럼프에 빠지기 시작했을 때였다.

블레이저스는 반지 웰스가 29점을 올리는 의외의 대활약을 보였으나 연장접전끝에 페이서스에 127-119로 패해야 했다. 페이서스는 연장전에서 릭 스미츠가 6점을 올리며 대활약, 리드를 잡은 이후 쉽게 게임을 마무리했다.

이날 페이서스는 <전원이 올스타급>이라 평가받는 블레이저스를 비웃기라도 하듯, 6명의 선수가 두자리수 득점을 올리며 이들의 자존심을 구겼다. 제일런 로우즈는 이날 복통과 감기로 결장했으며 그를 대신해 모처럼만에 기회를 맞이한 크리스 멀린은 17점을 보탰다.

블레이저스는 이날 패배로 시즌 첫 3연패를 기록했다.

양팀 모두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정규시즌 동안 가져왔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있다.

첫번째는 팀의 해결사가 누구냐는 것이었다. 페이서스는 그 해답을 간단히 찾았다. 비록 정규시즌 중엔 MIP 수상자 로우즈가 팀내 득점을 리드해주며 새로운 'the man'이라는 칭호를 물려받았지만, 역시 팀의 구세주는 밀러였다. 그는 오늘 닉스와의 6차전에서도 4쿼터에서 17점을 올리는등 34점을 기록했으며, 올해 PO에서만 수차례 팀을 구해냈다. 블레이저스 역시 리더 부재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으나 수준이 높아질 수록 피픈이 해결사로 나서주며 큰 경기를 이길 수 있었다.

두번째는 팀웍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이들은 각자의 역할을 알아가며 안정된 플레이를 보이고 있다. 페이서스에선 오스틴 크로져가 벤치 멤버로서 한단계 성장해주었고, 블레이저스에선 반지 웰스가 크로져 못지 않은 공을 올려주고 있다.

하지만 양팀 기존의 챔피언팀과 비교해볼 때 모두 기복이 심하며 확실하게 상대팀을 제압할 수 있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본기에 충실한 양 팀. 과연 블레이저스가 이름값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밀러와함께 폐점을 눈앞에 두고 있는 페이서스 왕조가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을지,오는 6월 6일 부터 시작될 NBA 파이널을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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