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 최고] 참나무장작구이&오리전문점 ‘가재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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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골 주 메뉴인 참나무장작구이는 생삼겹살, 등갈비, 오리훈제, 수제소시지 등이 불 판에 올라 옵니다. [조영회 기자]

오늘은 아산 용화동에 있는 ‘가재골’을 소개합니다. 이름이 ‘가재골’이라고 해서 혹 ‘가재’요리 전문점이라고 생각하셨다면 ‘땡’입니다.

지난 2003년 택지개발사업 이전에는 이곳을 가재골이라 불렀다는군요. 예로부터 계곡이 깊고 물이 맑아 가재가 많이 산다고 해서 그렇게 불렸답니다.

아무튼 가재를 파는 집은 아닙니다. 옛 지명이 사라져 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신 이 집 주인장 김태은(여·48)씨가 붙인 이름이니 더 이상 가재를 파는 집이라는 오해는 없으시길 바랍니다.

사실 요즘 새로 문을 여는 음식점들은 인테리어에 엄청 돈을 씁니다. 맛뿐 아니라 멋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에 문을 연 ‘가재골’ 역시 “생각지도 못한 인테리어 비용이 추가돼 빚을 졌다”할 만큼 빠지지 않는 인테리어를 자랑합니다. 그러나 이 집만큼은 ‘맛’에만 집중해 소개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고기 굽는 냄새에 홀려

참나무장작은 탈 때 800~1200도의 고열을 냅니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살던 시절에는 최고의 ‘땔감’이었습니다. 고기를 굽는데 참나무를 쓰는 이유는 고열로 고기의 육즙을 보호하고 기름기를 빼줘 느끼함이 없고, 참나무 고유의 향이 배 미각 뿐 아니라 후각까지 만족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웰빙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서는 참나무숯불 직화구이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참나무 직화구이의 경우 불의 세기 조절이 여의치 않아 잠깐 한눈이라도 팔면 낭패를 보게 됩니다.

이런 단점을 일시에 해결한 것이 ‘가재골’이 보유(?)한 회전식 장작구이 기계입니다. 이 회전식 장작구이 기계라는 것이 특허를 받으신(?) 귀한 몸이라 ‘악’하고 놀랄 만큼 비쌉니다.

천안·아산 다 뒤져도 이 기계를 가진 고기집이 몇 안 됩니다. 표면을 급속히 익혀 육즙의 손실을 최대한 줄여 담백한 고기 맛을 살려내는 재주를 부린다는 소문이 돌면서 몸값이 점점 오른다는 군요. 제가 보기엔 회전식 장작구이 기계가 부리는 재주가 또 하나 있습니다. ‘가재골’ 주변을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 사람을 냄새로 홀린다는 것입니다.

푸짐한 상차림은 기본

‘가재골’의 메인 메뉴는 참나무장작구이입니다. 회전식 장작구이 기계로 구운 생삼겹살, 등갈비, 오리훈제, 수제소시지 등 네 가지가 불 판에 올라옵니다.

삼겹살은 꼬치에 꿰어 회전식 장작구이 기계에 걸어 90분 정도 구워냅니다. 참나무가 타면서 기름기는 빼고 참나무 향이 고기에 은은하게 배어납니다. 담백하면서 독특한 향을 내니 입 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항상 찜으로만 먹는 것으로 생각하던 등갈비를 참나무에 구워 먹는 맛도 일품입니다. 양념이 깊게 밴 등갈비를 1시간 정도 구워내면 보는 것만으로 군침이 돕니다. 약간 달콤한 양념 맛 때문에 어린이나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여기에 곁들여 나오는 수제소시지는 최상급 재료를 선별해 정성껏 만든다고 합니다. 선호도에 따라 프랑크와 카레를 골라 먹는 재미도 있습니다. 몸에 좋다는 오리고기, 삼겹살, 등갈비, 소시지를 골고루 즐길 수 있는 모듬 요리입니다. 점심특선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습니다.


오리한방백숙은 ‘보약’

‘가재골’의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메뉴가 바로 오리한방백숙입니다. 아산에 있는 오리농장에서 당일 아침 작업한 신선한 오리를 하루 정도 냉장 숙성시켜 주재료로 씁니다.

여기에 엄나무, 오가치, 황기, 녹각, 천궁, 밤, 대추, 인삼 등 20여 가지의 약재를 넣고 장시간 끓여 만든 약수를 넣고 압력솥에 끓여 냅니다.

오리 특유의 기름기를 없애고 담백함을 살려 많은 사람들이 보양식으로 찾는다고 합니다. 오리는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과 만성피로를 몰아내는데 효과가 있습니다. 피를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돕기 때문입니다. 쓰다 보니 한 가지 빼 먹은 게 있습니다. 이 집 밑반찬 끝내줍니다. 직접 기른 상추도 맛있습니다. 이런 손맛을 가진 주인장께서 어찌 그동안 음식업을 안하고 참고 사셨는지 모를 일입니다.

▶예약문의=041-543-7979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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