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만 받아오다 갚을 기회 생겨” … 아동센터도 나눔 동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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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도움 받았으니 이제 돌려드려야죠.”

 12일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동 웅진빌딩 2층 한울타리 지역아동센터. 부모가 없어 친척이 돌보거나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학생이 공부하며 생활하는 곳이다. 이미옥(37) 센터장과 이곳 30여 명의 초·중학생은 위아자 부산장터에 내놓을 물품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이곳은 지난해 열린 위아자 부산장터의 수익금 1500만원으로 마련됐다. 인근의 20년 이상 된 낡은 건물에서 옮겨온 것이다. 기존 시설이 낡아 옮겨야 했지만 비용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다 장터를 연 아름다운 가게 등의 도움으로 뜻을 이뤘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난주부터 장터에 내놓기 위해 의류·장난감·동화책 등을 하나 둘 모았다. 학부모 황혜순(44·여)씨는 “항상 도움을 받았는데 이번엔 우리가 누군가 도울 수 있어 뜻 깊은 장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장터에 참여하는 동래구 명륜1동 온새미학교도 비슷한 사연이 있다. 이곳도 다문화 가정,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 등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는 곳이다. 교사를 상대로 대안교육 연수나 워크숍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기도 하다.

 이 학교의 학생 3명은 매월 10만원씩 아름다운 가게의 지원을 받는다. 부산시에서 교사 인건비의 일부도 지원받는다. 류기정(41) 대표는 “늘 도움만 받아온 우리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어 장터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행사 당일 학생·학부모가 정성껏 모은 의류·장난감 등을 팔아 모은 돈을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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