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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부회장 “통신사가 애플·구글과 맞붙는 시대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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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만년 3위 이동통신업체 LG유플러스에 최근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혁신과 변화가 키워드다. 이런 움직임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올해 매출 추정치는 8조7000억원, 지난해보다 8% 정도 늘어난 수치다. 정체 상태의 통신시장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이 회사 이상철(63·사진) 부회장이 있다. 그는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젠 가입자 확보 경쟁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의 경쟁자는 콘텐트를 가진 다음·네이버·구글 등으로 이들과 실력을 겨루는 세상이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가입자 경쟁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건가.

 “지금 같은 가입자 모집 경쟁은 하지 않으려 한다. 우리나라 통신산업은 경쟁으로 컸고 또 경쟁 때문에 쇠퇴하는 길목에 와 있다. 산업 초기의 가입자 경쟁은 서비스·가격·인프라 등에서 굉장히 도움이 됐지만, 지금처럼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는 똑같은 방법으로 경쟁해 제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다.”

 -그럼 누구와 경쟁하나.

 “우리는 가입자 경쟁보다는 애플과 구글 같은 글로벌 회사와의 경쟁에 더 신경을 쓰려 한다. 다음이나 네이버처럼 콘텐트가 많은 회사가 라이벌이다. 데이터 사용이 자유로워지는 4세대(G) 시대엔 PC와 모바일 기기 간 장벽이 더 없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더 많은 서비스를 가입자에게 주려 노력한다. 최근 출시한 4G 요금제에서도 경쟁사보다 가입 고객당 최대 1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 용량을 더 주기로 했다.”

 -이동통신사 중 4G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데.

 “우리에겐 기회다. 4G의 황금주파수인 2.1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을 획득했고 LTE망 설치도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빠르다.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삼성전자 갤럭시S2도 경쟁사와 동시에 출시할 수 있게 됐다. 현재 930만 명 선인 가입자 수가 내년 상반기에는 1000만 명가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4G가 활성화되면 수익도 늘어날 것으로 보나.

 “데이터 사용량이 늘면서 가입자당 매출(ARPU)도 더 늘어날 것이다. 현재 2만5462원 선인 LG유플러스의 가입자당 매출이 2012년 말에는 3만3000원까지 약 30% 상승할 것으로 본다. 2014년에는 ARPU가 3만9000원까지 올라갈 것 같다.”

 -LG그룹 차원의 지원은 어떤가.

 “구본준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들도 LTE 시대를 앞당기라고 수시로 주문한다. 내년 상반기면 통신업계 중 최초로 전국에서 자유롭게 LTE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모바일에서 데이터 이용이 지금보다 훨씬 편리해지는 내년 중순 이후에는 콘텐트 기업과의 경쟁도 본격화할 것이다.”

 -통신업계 성장세가 주춤한데.

 “그동안 통신시장이 가입자라는 울타리라는 갇힌 시장이었다면, 앞으로는 열린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그런 만큼 머지 않아 소비자 편의에 따라 통신사를 수시로 옮겨다니며 사용하는 때가 올 것이다. 냉장고를 팔 때 LG 제품을 사는 사람뿐 아니라 삼성 제품을 사는 사람까지 염두에 두고 마케팅을 하는 것처럼 가입자뿐 아니라 비가입자도 잠재 시장으로 보고 공략하려 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통신시장 주도권이 통신업계에서 전자회사로 넘어갔다.

 “현재 주도권이 삼성전자나 애플 같은 단말기 제조회사로 넘어간 것은 맞다. 하지만 머지 않아 다시 통신업계로 돌아올 것이다. 단말기 제조회사와 달리 통신회사는 소비자가 어디서 얼마를 쓰는지, 얼마만큼 통화하는지 등 소비패턴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우리는 애플처럼 일부러 가입자의 위치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없다.”

 -통신비 인하 요구의 목소리가 거세다.

 “통신사업 자체가 대부업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초기에 목돈(휴대전화 보조금 등)을 꿔주고 조금씩 이를 나눠서 받는 건데, 무작정 요금을 낮추라고 하기보다는 (정부 규제가) 품질에 더 신경 쓰는 쪽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수기 기자

◆이상철 부회장=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후 미국 듀크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KTF·KT의 사장을 거쳐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2003년 장관 퇴임 후 고려대 석좌교수와 광운대 총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1월부터 LG그룹 계열의 통신회사(LG텔레콤·데이콤·파워콤)를 통합한 LG유플러스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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