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평전〉-몸소 노동자들 도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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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는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시멘트나 커피 부대를 나르거나 광산에서 광차를 밀어주는 등 몸소 노동자들의 일손을 도왔다. 그는 새로운 기계들을 시험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러는 그 제작에, 나아가 그 발명에까지 관여하곤 했다.

일례로 그가 주도하여 제작된 사탕수수 절삭기는 생산량을 높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심지어 그는 가장 이름 높은 시가의 순도를 증명해 보인다며 직접 피워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시가에 대한 유별난 취향을 얘기해 주는 일화가 하나 있다. 앞서 얘기했듯 산타클라라로 입성하는 우회길을 발견했던 지리학자인 안토니오 누녜스 히메네스가 산업성에서 함께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히메네스는 동료들과 함께 정면으로 난국을 돌파할 결심을 했다.

체가 지나치게 많은 시가를 피워대는 바람에 자신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게 그들의 공통된 걱정거리였다. 그들은 체를 둘러싸고 말했다.

"체, 그런 식으로 계속 피워대선 안 되네. 그러다간 얼마 못 가 건강을 해치고 말 걸세." 궁지에 몰린 체는 하는 수 없이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알았네, 알았어. 하지만 하루에 한 대 정도는 허락해 주게."

다음날, 체의 집무실에는 전날 주문한 1미터가 넘는 시가 한 대가 배달되었다.

체의 유머감각은 어디에서나 빛을 발했다. 한 번은 텔레비전에서 '진주'라는 상표명의 치약을 소개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 사람당 한 달에 치약 한 개씩 예상하고 있습니다. 혹시 저장할 의도가 있으시다면 이 점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군요. 그 반죽이 아주 빨리 굳을 거라고……"

혹은 코카콜라를 대체할 '손(Son : 소리 또는 목소리라는 뜻임 : 역자)'이라는 음료의 청량감을 마치 음악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정말 성대에 유익하다……"고.

한편 애정생활에 대한 확신을 묻던 미국인 기자에게 한 그의 대답도 빠뜨릴 수 없는 대목이다. "당신이 쓰고 있는 그 희한한 모자를 선택한 이유를 말해 줄 수 있겠소? 그것 역시 아주 희한하구만……."

혁명이 성공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모습을 생중계해 주는 일을 마치 큰 선심이라도 쓰는 것처럼 믿고 있던 한 유명 텔레비전 프로듀서에게 체는 무안을 준 적이 있었다. 프로듀서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들은 차­차­차를 노래했지만 이제부터는 체­체­체라는 리듬을 갖게 되겠군요……." 분명 그는 체를 잘못 본 것이었다. "나는 내 군인들과 동료들, 쿠바 민중에게는 체입니다. 하지만 당신 같은 이들에게는 에르네스토 게바라 대장이오!"

이런 체의 유머감각을 루이스 라반데이라는 영화장면적인 의미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그가 멕시코의 희극배우 칸티플라스(Cantiflas)와 닮았고 그런 식으로 연기를 했던 건 분명했다. 체는 찰리 채플린을 매우 좋아했으며 어떤 면에서는 찰리적인 면이 있기도 했다.

어떤 상황을 희극화시키는 예리한 센스라고나 할까. 카이로 방문 때 그 앞에 깔린 붉은 융단을 밟고 지나기를 거부했던 일화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그걸 밟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쓰며 끄트머리를 위태위태하게 걸어갔었다.

어느 날인가는 그가 내 몸가짐이나 말투 등을 흉내내며 날 놀린 적이 있었다. 그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체가 다른 이들을 풍자해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결코 어리숙한 풍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디 알렌과 같은 식으로 풍자했다."

7월 24일, 체는 3개월 전 최초로 우주여행에 성공한 유리 가가린을 만났다. 그는 가가린에게 엄청나게 많은 질문공세를 퍼부어댔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도 언젠가는 지구가 아닌 다른 별들을 산책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8월 3일, 그는 쿠바 대표단을 이끌고 미주회의 산하 중남미 경제사회 이사회의(Consejo Interamericano Economico y Social)에 참석하기 위해 우루과이로 출발했다. 몬테비데오 부근 아조테아라는 농장에서 체는 우루과이 대통령 에두아르도 빅토르 아에도(Eduardo Victor Haedo)와 마테차를 마시며 교분을 다졌다.

이 만남은 '북쪽의 침략자'를 향한 조롱과 함께 북미지역을 포함한 여타 대표단들을 견제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그는 호세 마르티를 인용했다. "사는 사람들은 요구한다. 파는 사람들은 봉사한다. 따라서 자유가 담보되기 위해서는 그 거래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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