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의 반격 … 억만장자 블룸버그 뉴욕시장, 월가 시위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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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제67회 콜럼버스 데이 기념 퍼레이드에 앞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뉴욕 AFP=연합뉴스]


금융사들의 탐욕에 항의하며 미국에서 지난달 17일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가 정치 쟁점으로 비화했다. 미국 민주당은 시위가 갈수록 살기 어려워지는 99% 국민의 정서를 대변한다며 2008년 대선 때 분출된 ‘풀뿌리 운동’을 소생시키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며 시위 확산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시위대와 관련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상위 소득 1%에 속하는 사람들도 반격에 나섰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9일 ABC방송에서 “모든 사람이 공정한 몫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때 공화당은 이를 계급투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시위대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피자 체인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공화당 대선 주자 허먼 케인은 10일 CBS방송에서 “반(反)월가 시위는 반자본주의이자 반시장주의”라며 “시위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실패를 감추려 기획됐다”고 주장했다.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시위대가 몰아내려 하는 금융인들이 없다면 시 공무원이나 미화원에게 월급을 주지 못한다”며 시위대를 비난했다. 미국 작가이자 보수파인 터커 캐리슨은 “2008년 대선 때 오바마 후보가 월가 기업들로부터 받은 돈이 그가 모금한 전체 후원금의 20%에 달한다”며 “오바마는 금융계의 탐욕을 비난하면서 뒤로는 금융사들로부터 막대한 기부금을 챙기는 위선자”라고 비난했다.

 한편 월가 시위대는 다음 달 5일을 ‘계좌 전환의 날’로 선포하고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다. 이들은 대형 금융사에 타격을 주기 위해 대형 은행 계좌를 폐쇄하고 신용조합이나 중소은행으로 돈을 이체하는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건물 유리창에 “우리가 1%다”는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시위대의 공격 목표가 된 소득 상위 1%가 불편한 심기를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ABC방송이 10일 보도했다. 세금 문제도 논란을 가열시키고 있다. 시위대가 부자 세금 감면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1% 진영에서는 “지금껏 공정하게 세금을 납부해왔다”며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은 정당치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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