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생부 “아들에게 여러 번 메일 … 답장은 짧게 두 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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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스티브 잡스가 내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여러 차례 e-메일을 보냈다. 그로부터 두 번에 걸쳐 짧은 답장을 받았다. 마지막 답장은 그가 사망하기 6주 전이었다.”

 지난 5일 췌장암으로 사망한 애플의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의 친아버지인 압둘파타 존 잔달리(80·사진)는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잡스가 보낸 마지막 e-메일의 내용은 ‘감사합니다’가 전부였다”고 밝혔다. 잔달리는 “이는 ‘건강을 빨리 회복하기 바란다’는 내 e-메일에 대한 답장이었다”며 “잡스 측근들이 그가 친부에게 연락을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잔달리는 미국 위스콘신대 대학원에 다닐 때 잡스의 생모인 조앤 심슨을 만났다. 1954년 심슨이 잡스를 임신했지만 잔달리를 못마땅하게 여긴 그의 아버지 때문에 이듬해 태어난 잡스를 입양시켰다. 잔달리는 네바다주립대에서 정치학 교수를 하다 사업가로 변신해 관광 등과 관련된 일을 해왔다.

그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잡스를 입양 보낸 것은 내 실수였다”며 “직접 만나서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싶다”고 했지만 잡스와의 만남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관련 잔달리는 “잡스에겐 그의 삶이 있고 내겐 내 삶이 존재했다”며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아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잔달리는 잡스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2005년께였다고 했다. 그는 “당시 큰 충격을 받았다”며 “하지만 이후 잡스가 신제품을 출시하는 설명회와 대학에서의 연설 등 다양한 동영상을 온라인을 통해 봤다”고 말했다. 또 “정보기술(IT) 분야의 천재인 잡스가 운영하는 애플의 신제품이 나오면 곧바로 구입하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잡스가 사망했을 때 나는 사무실에 있었으며 전화를 받고 그의 죽음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잡스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담담하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또 잔달리는 “잡스의 20, 30대 때 모습이 나와 많이 닮았다”며 “잔주름이 있는 눈과 벗겨지기 시작하는 머리와 그 주변의 흰머리카락은 나와 닮은 꼴”이라고 했다.

 WSJ은 “잔달리의 주변에 따르면 그도 잡스처럼 고객의 욕구를 이해하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갖고 있다”며 “하지만 신제품 설명회 등을 통해 대중을 열광시키는 잡스와 달리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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