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야니 ‘옆 홀 질러가기’ … 프로암 때 사전 연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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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청야니(22·대만·사진)가 LPGA 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 최종일 선보인 ‘14번 홀로의 역주행 공략’을 사전에 연습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야니는 9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파72)에서 끝난 이 대회 최종 3라운드 13번 홀(파5·553야드)에서 원래 홀을 따라 공략하지 않고 오른쪽 옆 홀인 14번 홀(파4) 페어웨이로 티샷을 날려 2온을 한 뒤 이글 찬스를 만들어냈다. 청야니는 아쉽게 이글 퍼트를 놓쳤지만 가볍게 버디를 추가하면서 선두를 굳게 지켰고 시즌 6승째를 거머쥐었다.

 청야니의 기발한 공략법은 13번 홀을 정상적으로 플레이해서는 2온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 번째 샷 지점부터 그린까지는 워터 해저드가 길게 자리 잡고 있고 티샷이 잘 맞더라도 250야드 거리가 남는다. 그러나 14번 홀로 질러가게 되면 30야드 이상이 짧아져 2온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10일 대회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청야니는 프로암 경기 때 아마추어 동반자에게 “내가 티샷을 한 차례 더 하려고 하는데 괜찮겠느냐”고 양해를 구한 뒤 14번 홀 페어웨이로 드라이브 샷을 날렸다고 한다. 당시 동반자였던 하나은행의 김정태 은행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솔직히 그때는 청야니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마지막 날 청야니의 플레이 모습을 보고서야 무릎을 쳤다”고 말했다. 청야니는 프로암 때는 14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하지 않고 대신 캐디가 그 볼을 주워왔다고 한다. 캐디는 그때 볼이 떨어진 위치를 파악한 뒤 그린까지의 거리를 측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청야니를 1타 차로 추격하던 동반자 최나연(24·SK텔레콤)은 경기를 마친 뒤 “청야니가 14번 홀로 티샷을 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나연의 머릿속에는 13번 홀과 14번 홀의 경계 지역에는 OB 말뚝이 꽂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홀은 대회가 열리지 않을 때는 최나연이 알고 있었던 것처럼 OB지역이다. 그러나 LPGA 경기위원회는 대회 기간 이 지역의 OB 말뚝을 뽑아냈다. 하지만 최나연 등 대부분의 한국 선수는 이 지역의 OB 말뚝이 제거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청야니의 정보 수집 능력은 탁월했다. 청야니는 14번 홀 페어웨이로 티샷을 한 뒤 그린까지 220야드 지점에서 두 번째 샷으로 그린에 볼을 올리는 전략을 택했다.

 최나연 등 한국 선수들은 왜 이 사실을 몰랐을까. 변진형 전 LPGA 한국 선수 담당 매니저(현재 LPGA 아시아 토너먼트 비즈니스 매니저)는 “LPGA 경기위원회는 금지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라커 룸에 인쇄 활자로 공지한다. 이번 대회 코스에서도 5번 홀(파5)에서 13번 홀로 질러 치는 플레이를 해서는 안 된다고 공지했다”고 말했다. 이 얘기는 13번 홀에서 14번 홀로 티샷을 해서는 안 된다고 고지한 사실은 없다는 뜻이다.

청야니가 무서운 점은 이 사실을 알고도 1, 2라운드에서는 역주행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그는 이 홀에서 역주행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정보를 흘리지 않았다. 그리고 대회 마지막 날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13번 홀에서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철저하게 계산된 지능적인 플레이였다. 허를 찌르는 공략에 동반자뿐만 아니라 중계 카메라조차도 청야니의 샷을 잡지 못했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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