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vs 머독 … 억만장자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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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부자들에 대해 세금을 올리는 ‘버핏세’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투자의 귀재’이자 억만장자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81)과 보수진영 간의 대립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보수 신문인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버핏세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서 양측의 대립 국면은 버핏과 WSJ의 소유주인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80) 간 대결로 압축되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 보수파들은 버핏에게 소득신고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 버핏은 머독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의 정치전문잡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버핏은 “언론재벌인 머독이 소득신고 내역을 공개할 경우 나도 내 소득신고를 공개하겠다”며 “나는 당장 내일 아침이라도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머독과 내가 만나 소득신고서 공개를 논의하고 신문에 이를 상세히 게재하는 것은 아주 멋진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버핏세를 둘러싼 다툼이 WSJ의 소유주인 머독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버핏은 자신이 비서보다 낮은 세율의 세금을 내고 있다며 부자들에 대한 증세를 주장했다. 그는 지난 8월 뉴욕 타임스(NYT)에 ‘부자 감싸기를 중단하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대다수 미국인이 먹고살기 위해 힘겹게 노력하고 있지만 나 같은 거부들은 비정상적인 감세 혜택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힘입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재정적자 감축안을 제시하면서 부자들의 세금을 올리는 이른바 ‘버핏세’ 도입을 제안했다.

 이에 맞서 WSJ는 “버핏의 부자 증세 주장은 근거가 없고 터무니없는 발상”이라며 “버핏 스스로 자신의 소득신고서를 대중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신문은 그 이유로 “세금을 더 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르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버핏 주장의 근거가 되는 그의 소득신고 내역을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WSJ는 더 나아가 “버핏처럼 기부금을 내면서 세액공제를 받는 것은 억만장자의 ‘지적탈세(知的脫稅·Intellectual tax dodges)’”라고 비난했다. 이에 공화당 소속의 존 코린 하원의원도 최근 “버핏세를 도입하려면 우선 그의 소득신고서부터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2011년 미국 400대 부자 순위’에 따르면 버핏은 390억 달러(약 46조원)의 재산을 소유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590억 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편 머독의 재산은 74억 달러(37위)였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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