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북자 북송은 중국 인권 수준의 가늠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지난 7월 110여 명의 탈북자를 북한으로 강제 송환한 중국 정부가 다시 탈북자 35명을 북한으로 보낼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중에는 이미 오래전 한국으로 귀환해 주민등록까지 지닌 사람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 국회와 정부는 중국 정부에 강제 송환 중단과 한국행 보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전례로 보아 중국이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고 한다. 이르면 수일 내로 강제 송환될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져 정부의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은 탈북자에 대해 관대하게 대할 경우 북한으로부터 대량 난민 유입이 우려된다는 점을 내세워 탈북자 단속과 강제송환을 거듭해 왔다. 또 북한의 강력한 단속 요청 역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처형을 포함한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강제송환을 되풀이하는 것은 비인도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북한 후계자 김정은의 지시로 북한이 탈북자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한층 강화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국위를 겨눌 만큼 수퍼파워 국가의 반열에 올라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인권정책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탈북자들의 강제 송환정책이 중국 인권정책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중국 정부가 우려하는 대량탈북 사태는 지난 20년 가까이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중국 동북3성 지역 수십만 명의 탈북자는 대부분 생계를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유입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중국 당국의 단속 때문에 숨어 지내면서 인신매매와 성착취 등 최악의 인권유린 상황에 처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중국은 하루빨리 탈북자 강제 송환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대량탈북이 우려된다면 우리 정부 등과 국제 협력을 통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도 중국 내 탈북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