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생성프로그램 무단유통,대책 마련 시급

중앙일보

입력

주민등록번호 생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재하지 않는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만들어 범죄에 악용한 사례가 처음 경찰에 적발돼 적지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주민등록번호 생성 프로그램이란 간단한 조작으로 무작위로 주민번호를 뽑을 수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현재 인터넷 상에서 국내 해커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수십여종이 유통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개인의 생년월일과 출생 신고지 등으로 정교하게 조합된 주민등록번호 생성규칙을 역이용해 실재하는 사람이나 가공인물의 주민등록번호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돼있다.

즉, 프로그램 이용자가 생년월일의 앞번호를 기재하면 뒷자리 7자리에 들어갈 수있는 가능한 번호의 조합이 여러개 나오게 된다.

특히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인터넷 이용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미성년자들이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만들어 언제든지 성인전용 공간에 접근할 수 있어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또 미성년자가 아니더라도 사적인 정보 공개를 꺼리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 프로그램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가짜인데도 사용할 수 있는'' 주민번호를 만들어 준다는점에서 범죄에 활용될 소지가 크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신형 주민등록증 사본 위조단의 경우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재하지 않는 140여명의 번호를 뽑아낸뒤 스캐너 등으로 다른 사람의 사진을 합성,위조한 주민등록증 사본을 만들어 휴대전화 구입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이들이 입력한 이름은 가공인물로 금융거래 실적이 없기 때문에 해당 사업체에서도 신용불량자인지 여부를 파악할 길이 없는 실정이다.

또 범죄 악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인터넷상에서 자신의신분을 감춘채 스토킹도 할 수 있고 음란물 판매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이 프로그램의 유통을 단속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이를 규제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서울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최정호 대장(31)은 "많은 통신업체및 인터넷업체들이 일단 입력된 주민등록번호는 정상인의 것이라고 간주,아무런 확인절차 없이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있다"며 "이 프로그램을 유통시키는 것 자체로는 현행법상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등록된 번호가 실재하는 인물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처럼 문제가 터지자 그동안 절차 및 비용상의 문제로 실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지 않았던 SK,한솔 프리텔, 하이텔 등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 통신업체들이 올초부터 정보통신진흥협회를 통해 대대적으로 회원정리작업을 벌였으며 최근에는 이름과 번호가 일치하는지를 가입 단계에서 꼼꼼하게 확인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 인터넷 업체들이 확인과정을 거치지 않거나,심지어는 회원수를 늘리기 위한 편법으로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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