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신탁 30조원 시장쟁탈 후끈

중앙일보

입력

내년 하반기 시행 예정인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 시장을 놓고 벌써부터 관련 업계의 경쟁이 뜨겁다.

건설사는 물론 은행 등 금융기관.부동산신탁회사.부동산 컨설팅 및 개발회사 등 관련 기업들이 최대 30조원에 이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담 부서를 만들어 자산운용 시스템과 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우수 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있다.

건설업체와 금융기관 등이 리츠에 관심을 쏟는 것은 시중의 떠도는 자금을 끌어들여 부동산에 투자하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기업의 추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쏟아져 나올 대형 부동산을 싼값에 매입하면 고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츠 제도가 본격 도입되면 주택 분양은 물론 주택 및 사무실 임대사업, 호텔.백화점 등의 체인 사업, 창고 임대업 등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상당한 변화가 일 전망이다.

◇ 달아오른 경쟁〓현대건설은 6월초 리츠팀을 만든 뒤 8월 안에 독립법인으로 출범할 계획이다. 이미 자산운용 시스템과 상품 개발.자금조달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공인회계사와 경영학석사(MBA) 등 부동산과 금융 양쪽에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찾고 있다.

삼성물산 주택부문은 지난달 주택산업연구원 김상열 책임연구원을 금융리츠팀장으로 스카우트했다. 삼성물산은 금융과 리츠팀을 따로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토지신탁은 수도권 지역 아파트 및 국.공유지 개발 프로젝트를 투자 대상으로 정하고 건설산업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다.

한국감정원은 부동산 평가 시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리츠에서 활로를 찾을 움직임이며, 한국토지공사도 시장 참여를 검토 중이다. 산업은행과 한빛은행은 한국토지신탁과▶리츠 공동 연구.개발▶금융.부동산 업무에 대한 컨설팅 등을 위해 지난 3월 제휴했다.

이밖에도 부동산114.부동산뱅크.코리츠닷컴.리터코 등은 부동산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준비 중이며, 삼성에버랜드.호텔신라 등도 가세할 움직임이다.

◇ 수조원대의 시장규모 예상〓삼성경제연구소(박원석.박용규 연구원)는 리츠시장 규모가 5~6년 안에 적게는 5조원, 많게는 3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건설 박래익 차장은 "건설사가 아파트 부지를 매입할 때 지금까진 금융기관에서 어렵게 대출받아 자금을 조달해왔으나 리츠가 시행되면 자금조달이 훨씬 쉬워진다" 며 "제도 도입과 함께 시장이 급신장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수익증권 판매를 대행해 수수료를 챙길 수 있고▶펀드 관리를 통해 수신고를 늘리고▶부동산 정보를 확보해 담보 관리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리츠에 관심을 쏟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그동안 주로 큰손 등이 누려온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을 나눠 가질 수 있게 돼 유력한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리츠는 부동산의 약점인 유동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매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과열되면 부동산 투기가 재연될 소지가 있고, 리츠사가 자산 운용을 자의적으로 할 경우 투자자 이익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 리츠란〓부동산 투자신탁(Real Estate Invesment Trusts)의 줄임말. 다수의 투자자를 상대로 주식을 발행,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이 생기면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제도로 부동산 뮤추얼펀드라고도 불린다.

투자자가 돈을 위탁하는 점에서 부동산 자체를 위탁하는 부동산신탁과 구별된다. 건설교통부는 부동산투자회사법을 올 가을 정기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말 주택경기 활황에 힘입어 리츠가 급성장했으며, 98년 현재 3백16개의 리츠 회사가 있고 이 가운데 2백10개가 증시에 상장했다. 이들 상장 리츠사의 시장가치는 1천3백83억달러로 집계됐다.

김상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