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산책] 동양증권 TV CF

중앙일보

입력

영화인 줄 알았는데….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동양증권의 광고 초반부를 봤다면 깜빡 속기 십상이다.

등장인물 세명이 모두 외국인인데다 화면의 분위기와 성우의 말투 등이 외국영화 같은 느낌을 줘 오해하기에 딱 좋다.
시네마스코프 기법으로 화면의 위와 아래를 검게 처리해 더욱 그렇다.

이 광고는 미국 발명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1876년 전화기를 발명했을 당시 투자자들이 그 효용성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일화를 극화(劇化)한 것이다.

고풍창연한 사무실에다 등장인물의 옷차림과 장식물 등이 시대적 배경을 19세기쯤으로 가늠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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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노인이 발명품(전화기)을 가져온 시종에게 "장난감에는 투자하지 않겠다" 고 단호히 말한다.

옆에서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을 유심히 지켜보던 젊은이가 "내가 투자하겠소" 라며 나선다.

노투자가와 젊은이가 서로 노려보며 팽팽히 맞서는 장면이 이어지다가 '생각이 젊으면 투자가 다릅니다' 라는 자막이 뜬다.

동양증권이 처음 TV광고를 하면서 젊은 안목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촬영 장소는 미국이어야 제격일 터이지만 실제는 호주 멜버른에 있는 '웰러비 하우스' 였다.

광고 제작을 맡은 오리콤 관계자는 "이 시대 상황에 맞는 장소를 물색하다가 1800년대 총독 관저로 쓰이다가 박물관이 된 이곳을 점찍었다" 며 "호주 정부가 흔쾌히 응해 촬영장소로 결정했다" 고 말했다.

이 광고 제작진의 최대 고민은 전화기가 나오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벨이 발명한 시제품이 요즘은 물론이고 1900년대 전화기와도 너무 동떨어진 모습이어서 전화기로 알아볼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적 측면에서 역사적 제품을 그대로 보여주자고 결정, 결국 세계 최초의 전화기를 소품으로 썼다고 한다.

두 투자가가 서로 노려보는 사이로 보이는 길쭉하고 검은 원통이 벨이 발명한 전화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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