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착한 가게’가 많아져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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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심상달
한국개발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지난해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등장한 ‘공정사회’가 올해 ‘공생발전하는 공정사회’로 바뀌었다. 공생발전하는 공정사회를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이룩하고자 하는 자본주의를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심포지엄에서 ‘공동체 자본주의’라는 개념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사회적 기업가를 중심으로 이를 이뤄야 한다는 의견이 근래 힘을 얻고 있다.

 공생발전 사회로 나아가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관계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폭력·차별과 인권유린의 문제를 시정하고 주택·보건·교육 및 과학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에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 이들도 사회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줘야 한다.

 사회적 기업가들은 이러한 사회문제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정감(Empathy)과 이것을 해결하는 기업가적인 능력을 갖춘 부류를 말한다. 이들은 창의성과 함께 자신이 본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어떠한 어려움에도 중단하지 않는 끈기와 고집을 지녔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만 사회적 기업가는 아니다. 대전에서 중소업체에 기술을 보급하는 엔지니어들, 진안에서 마을 만들기 사업을 벌이는 계약직 공무원들, 완주에서 비즈니스센터를 운영하는 사람들, 서빙고에서 착한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사회적 기업가다. 자신이 사회적 기업가인 줄도 모르고 구석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도 많다.

 ‘아쇼카:공공을 위한 혁신가들’의 창립자 빌 드레이턴은 세상을 바꾸는 가장 위대한 힘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좋은 기업가의 손에 있을 때 생긴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 두 가지의 결합을 시도했다. 세상을 살기 좋게 할 새로운 아이디어,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사회에 퍼뜨리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을 엄격한 선발 절차를 거쳐 아쇼카 펠로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30년 동안 전 세계에 선도적 사회적 기업가 2800명의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우리나라도 공생발전 사회로 나아가려면 첫째 아쇼카 펠로 같은 모델이 시급히 정착돼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유능한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 이들이 생계를 염려하지 않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들은 고질적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만들고 역할 모델이 돼 다른 사람들을 이끈다. 팀을 이뤄 일한 사람들은 다음 세대의 사회적 기업가로 자라난다. 둘째로 사회적 기업가들과 공급 사슬상에서 협력하는 착한 기업이 많아질 필요가 있다. 사회적 기업가들의 저비용 유통망을 활용해 저소득층이 이용해 보지 못한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제조업자가 늘어야 한다. 정직하게 만든 사회적 기업가의 물건을 팔아주고 그 이익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판매자, 즉 ‘착한 가게’가 많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무적 수익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자금을 대출하고 투자하는 사회적 투자은행이나 사회적 벤처캐피털이 발달해야 한다. 이러한 착한 기업의 커뮤니티가 조성돼야 있다. 이 모든 것은 시민사회와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는 그럴 만한 환경을 조성하고 민간이 요청할 때 신속히 지원해 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사회적 기업 1000개를 단시일 내에 지정해 인건비를 지원하거나, 공적투자재단을 통해 사회적 기업에 과도한 자금을 흘러가게 하는 일 등은 바람직하지 않다.

심상달 한국개발연구원 명예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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