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회 칸 영화제 중간점검

중앙일보

입력

제53회 칸 영화제가 17일 종반부로 치달으면서 최우수 작품상인 황금 종려상의 향배와 한국영화에 매겨질 성적표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편경쟁부문에 진출한 23편의 후보작 가운데 절반가량인 12편의 상영이 끝나 현지 언론과 평단의 반응이 어느정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분위기를 종합해보면 미국의 조엘 코헨 감독의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Brother, Where art thou?), 스웨덴 리브 울만 감독의〈페이스리스〉(Faithless), 중국 지앙웬 감독의 〈귀지 라이 러〉등이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와 〈페이스리스〉가 유력한 후보로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만일 〈형제여...〉가 수상할 경우, 1991년 〈바톤핑크〉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코헨 형제는 또 한번 칸의 영광을 거머쥐는 이변을 연출하게 된다.

조지 클루니와 존 굿맨이 주연으로 출연한 이 영화는 탈옥죄수들의 탈주기를 그린 영화로, 뮤지컬풍에다 유머까지 곁들여 놓고 있다.

미국은 메이저 제작사의 작품을 한편도 출품하지 못하고 인디영화만 4편을 진출시켰다는 점에서,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화려한 외양에 가린 인디영화로 칸의 명예를 움켜쥘지 주목된다.

스웨덴 거장 잉그마르 베리만 감독이 각본을 쓴 〈페이스리스〉는 인간내면의 고독을 터치한, 중년여성의 위험한 러브스토리를 담은 영화이다.

전년에 이어 올해에도 장편 경쟁부문에 적잖은 후보작을 올린 아시아권 영화에 대한 평가도 상당히 우호적인 편이다.

일제가 점령한 중국의 해안마을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그린 〈귀지 라이 러〉를 비롯해 대만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둘...〉(A One And A Two)도 공식 상영에서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을 정도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아시아권 영화중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예년과 달리 후끈 달아오른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으로 꼽힌다.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장편경쟁부문에 후보작(임권택감독의 〈춘향뎐〉)을 낸데다 단편경쟁부문과 '주목할만한 시선', '감독주간', '비평가주간' 등에 두루 진출한 가운데 현지 언론의 한국영화에 대한 집중조명과 긍정적인 평가가 무엇보다 눈에 띄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유력일간지 르 몽드 등 현지언론은 영화제 초반부터 〈춘향뎐〉을 비롯해 〈박하사탕〉,〈오! 수정〉,〈해피엔드〉등 한국영화에 대해 적잖은 지면을 할애해 한껏 추켜세웠다.

이에 따라 모두 5편을 올 영화제에 출품한 한국영화가 최종적으로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 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기세에 힘입어 영화진흥위원회와 강제규필름, CJ 엔터테인먼트, 미로비전,씨네클릭 등이 부스를 개설한 필름시장에서도 한국영화는 세계각국 바이어들의 주된관심 대상이 됐다. (칸.서울=연합뉴스) 김은주 특파원.이명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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