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앤테일 100주기 맞아 재조명 활발

중앙일보

입력

'음악의 악동(惡童)'. 소음에 가까운 음악을 작곡했던 조지 앤테일(1900~59)이 자신에게 붙인 별칭이다.

1924년에 작곡한 '발레 메카니크'(1924)는 실로폰(3)·탐탐(1)·피아노(2)·자동차경적(7)·자동피아노(16)·프로펠러(3)·사이렌(1)등 기상천외한 악기 편성을 위한 곡. 물론 이 오리지널 악보는 그의 생전에 단 한 번도 연주되지 않았다.

이 곡이 앤테일 탄생 1백주년을 즈음해 음악세계에서 부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8일 미국 매사스추세츠 로웰 대학 콘서트홀에서 제프리 피셔가 이끄는 타악기 앙상블이 오리지널 악보를 75년 만에 초연한 데 이어 오는 6월 11일 마이클 틸슨 토머스 지휘의 샌프란시스코 심포니가 앤테일 특집 콘서트에서 이 작품을 다시 선보인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던 99년 초연 실황은 전자음악재단이 음반으로 내놓았다.

앤테일 1백주년 홈페이지(http://www.antheil.org)에도 일부가 올려져 있어 누구든 들어볼 수 있다.

이 작품의 자필 악보를 입수해 최근 출판한 뉴욕 셔머사(http://www.schirmer.com)는 지금은 생산이 중단된 자동피아노 파트를 야마하·피아노디스크 등 디지털피아노로 만든 MIDI파일을 CD롬에 담아 내놓았다.

홈페이지에는 제품 설명서처럼 상세하게 이 작품을 연주하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공장의 소음·무조음악·재즈의 요소를 담아낸 '발레 메카니크' 는 당초 4개의 자동피아노를 위한 편곡 등 14분에서 30분에 이르는 다양한 버전으로 선보였던 것.

26년 파리에서 피아노(2)·실로폰(8)·자동차 경적(2)·비행기 프로펠러(2)·자동피아노(1)·사이렌(1)등의 악기편성으로 편곡해 선보였을 때는 대성공을 거두었으나 이듬해 뉴욕 카네기홀 공연에서는 작품에 대한 찬반양론으로 청중들이 패싸움을 벌이는 등 대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음악계에서 '괴짜'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던 그는 36년부터 할리우드에서 영화음악가로 활동하면서 여생을 보냈다.

미국 뉴저지주 태생으로 필라델피아 음악원에서 어네스트 블로흐를 사사한 앤테일은 22년 유럽에서 피아노 연주여행을 하면서 스트라빈스키를 만나 많은 영향을 받았다.

또 제임스 조이스·에즈라 파운드·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에릭 사티·파블로 피카소 등과도 교우했다.

'발레 메커니크' 외에도 '에어플레인 소나타', '메커니즘' 등에서 생동감 넘치는 리듬과 통렬한 풍자로 가득 찬 선율을 선보였으며 교향곡도 4개나 작곡했다.

그는 영화배우 헤디 하마와 함께 스펙트럼 분산 기술을 이용한 비밀 전화시스템을 발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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