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특집 엄마표 영어독서교육 효과 ‘톡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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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살이면 알파벳은 기본이고, 6·7살이면 파닉스(phonics·영어 발음 공부)를 해야 한다고요?” 초등 1·3학년 두 자녀를 둔 이지영(38·서울 명륜동)씨는 영어독서교육에 대한 요즘 엄마들의 인식이 잘못됐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씨는 “파닉스는 익혀야 할 기술이 아니라 영어책을 가까이 하면 자연스레 깨치는 결과”라며 “‘영어’가 아니라 ‘독서’가 중심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세와 초등 2학년 자녀를 둔 지선애(37·서울 상일동)씨도 이씨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씨와 지씨의 자녀들은 자기 학년의 미국학생들이 읽는 책을 거뜬히 소화한다. 엄마표 영어독서교육의 성공 사례로 주변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다. 독특한 학습법이 있었던 걸까? 그러나 이들은 “책 읽는 즐거움을 가르쳤을 뿐”이라며 “엄마부터 영어독서를 공부가 아닌 즐거운 활동으로 인식하고 실천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와 지씨는 자녀들이 6세 안팎일 때부터 영어책을 혼자 힘으로 읽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전까진 영어책을 읽어주면서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데 초점을 뒀다. 한글을 깨치고, ‘글을 읽고 이해하는 즐거움’을 알았을 때 영어독서 습관을 들여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쑥쑥닷컴영어교육연구소 홍현주 박사는 “학생들마다 활자 이해 능력의 발달 수준이 다르다”며 “모국어 사용이 능숙해지면서 인지능력이 발달하는 6~7세 전후에 영어책을 스스로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해주면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지씨는 “짧고 간단한 문장이 반복되는 책부터 읽을 것”을 권했다. 그림·삽화의 비중이 커아이 입장에서 짧은 글과 그림을 연결해 연상하고 다음 이야기 전개를 예측할 수 있는 책들이다. 『The Very Busy Spider』『Whose Baby Am I?』와 같은 책이 대표적이다. 홍 박사는 “이런 책은 운(rhymes)을 많이 활용해 생동감 있고 영어독서 초기 단계에서 단어·구·문장을 쉽게 배울 수 있다”고 추천했다. 이씨는 “영어독서는 책 표지부터 시작된다”며 “제목을 보고 주인공이 누굴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질문을 던지면서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면 흥미를 끌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영어독서는 시범읽기, 함께읽기부터 하면된다. 유아~초등 저학년 연령대에게 적합한 방법이다. 부모가 큰소리로 영어책을 읽어주면서 자녀에게 ‘따라 해보고 싶다’는 모방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단계다. 부모가 ‘책을 잘 읽는 모델’이 되란 얘기다. 이씨는 “이때 그림·삽화의 내용을 설명해주면서 문장의 앞·뒤 상황을 이해하고 유추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부모가 큰소리로 읽다가 자녀가 알 만한 단어가 나오면 아이가 직접 발음하도록 시켜보는 것도 좋다. 책을 읽은 뒤 가족발표회를 하면 독서에 대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발표회 때마다 동영상을 찍어 보여주면 성취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지씨는 “책 속 상황을 가족이 모여 할 수 있는 놀이로 재연하면 책 읽는 재미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 예컨대, 책의 줄거리가 가족의 낚시 나들이라면 나무젓가락에 끈을 달고 자석을 붙여 자석낚시놀이를 하는 식이다.

 AR레벨, 렉사일 지수와 같은 영어도서지표를 활용하면 자녀의 영어실력에 맞는 책을 골라 볼 수 있다. 한 단계씩 수준을 높여 독서범위를 넓혀갈 땐 책에 대한 이해 정도를 살펴봐야 한다. 지씨는 “독해공부처럼 쫓기듯 책을 읽게 하면 쉽게 지루해 하고 영어에 대한 거부감도 들 수 있다”며 “아이가 버거워한다면 아래 단계의 책들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설명] 김우준(서울 강명초 2)군의 어머니 지선애(왼쪽)씨와 임가은(서울 혜화초 1)양의 어머니 이지영씨가 자녀들이 평소 좋아하는 영어책을 함께 읽고 있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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