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로버차 10파운드에 피닉스 컨소시엄에 매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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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그룹인 BMW는 9일 논란을 빚어온 로버자동차 회사를 피닉스 컨소시엄에 단돈 10파운드(16달러, 한화 약 1만7천700원)를 받고 매각했다.

BMW측은 매각 대금 10파운드가 `상징적 구매가'로서 로버자동차 회생자금 명목으로 피닉스에 5억파운드(7억6천500만달러)를 빌려줄 것이라면서 피닉스의 로버 소유권이 이날부터 발효된다고 덧붙였다.

BMW는 지난 6년간의 그룹 손실을 메우기 위해 로버를 매각하는데 열성을 기울여왔다.
로버자동차 전(전) 사장인 존 타워스를 단장으로한 피닉스 컨소시엄측은 며칠간의 협상끝에 런던에서 매각 협정서에 서명하게 됐다고 밝히고 앞으로 로버자동차의 개발, 생산, 유통을 책임질 뿐 아니라 MG 차종 브랜드도 함께 인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요야킴 밀베르크 BMW 회장은 "집중적 협상 덕분에 로버를 계속 굴러가게 할 의지를 갖고 있는 바이어를 간신히 찾게 됐다"며 결과적으로 수천명의 실직 사태를 방지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타워스측도 "BMW와 함께 로버와 해당 주주들에게 밝은 미래를 보장하게 된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닉스는 로버 25, 45 모델과 MG 스포츠 카 모델을 중부 잉글랜드의 버밍엄에 있는 롱브리지공장에서 계속 생산하고 로버의 가장 중요한 75 모델도 롱브리지에서 생산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롱브리지공장은 영국 최대의 자동차 공장으로 8천500명 정도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다.

영국 노조 지도자들도 이번 발표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영국 전역에 걸쳐 일자리를 보장해주는 조치라고 평가했으며, 재계도 롱브리지공장의 지속적 가동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환영했으나 어느 정도의 정리해고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앞서 피닉스는 미국내 6위 은행인 퍼스트유니온은행의 영국내 자회사인 버데일 파이낸셜사로부터 2억파운드를 조건부로 로버자동차 인수에 지원하겠다는 제의를 받았다고 영국 언론이 8일 보도했다.

퍼스트유니온은행의 자금지원은 로버자동차 딜러와 납품업체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인 피닉스의 로버자동차 인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피닉스는 지난 4월 28일 BMW와 영국 벤처 캐피탈회사인 알케미 파트너스간의 협상이 결렬됨으로써 이번에 로버를 거머쥐게 됐다.

BMW는 이달말까지 매입주체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로버자동차를 폐쇄하겠다고 밝혔으며 최근까지도 피닉스의 자금 동원능력에 대해 회의를 표명한 바 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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