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SDS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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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발행가격 등 신주인수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채 이사회에 결정을 포괄적으로 위임한 회사의 정관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오세빈 부장판사)는 9일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김은영씨가 "삼성SDS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이재용씨 등 특수관계인에게 저가로 발행했다"며 이재용씨 등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 항고심에서 1심 결정을 취소하고 참여연대측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본안소송 판결 확정시까지 BW 인수자인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이윤형씨와 삼성 임원인 이학수, 김인주씨 등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거나 양도, 질권 설정 등 일체의 처분행위를 하지 못하게 됐으며 삼성SDS도 신주인수권 증권에 대해 주식을 발행하지 못하게 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주발행가격 등 신주인수권의 내용을 구체적이고 확정적으로 정하지 않은 채 이사회에 그 결정을 포괄적으로 일임한 삼성SDS의 정관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상법 규정에 반하는 만큼 무효"라며 "정관에 구체적인 규정이 없는 만큼 주총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데도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발행 절차상에 중대한 위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삼성SDS의 이사회가 이건희 회장과 특수관계에 있는 이재용씨 등에게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이재용씨 등에게 유리하도록 신주발행가액을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책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삼성SDS 이사회는 지난해 2월26일 제3자 배정방식으로 23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뒤 같은날 이재용씨 등에게 전량 매도했다.

삼성SDS는 당시 신주발행가액을 결정하면서 과거의 수익가치만 반영되는 상속세및 증여세법상의 평가방법을 적용, 1주당 7천150원으로 정했지만 당시 삼성SDS의 1주당 주가는 장외거래가격으로 5만4천750원이었으며 지난 1월19일에는 64만원까지 상승했다.

참여연대는 삼성SDS가 BW를 저가발행하는 바람에 이 회장 자녀들의 지분율이 14.8%에서 25.1%로 높아지는 대신 일반 소액주주들은 18.3%에서 14.5%로 감소했다며 지난해 11월 삼성SDS의 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하는 한편, 이재용씨 등을 상대로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가 1심에서 기각당하자 항고했으며 지난달 29일에는 이재용씨 등을 상대로 신주인수권부사채 무효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참여연대측 김진욱 변호사는 "이재용씨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목적은 회사자금 조달이 아니라 세금을 내지 않고 경영권과 부를 상속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이번 결정으로 명백해졌다"며 "법원의 이번 결정은 재벌의 부당한 부 상속에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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