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칸첸중가] 원정대, 인도원정대와 합동등반 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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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하룻밤이 지났다.

지난밤 자정을 전후해 칸첸중가 남면 베이스캠프에는 40여분동안 텐트를 뿌리채 뽑을 정도의 강풍이 불어 전 대원을 긴장시켰다.밤 11시40분부터 불기 시작한 바람은 텐트 폴까지 뒤흔들었으며 꽉 막은 텐트의 자그마한 틈새로 들어온 눈가루가 텐트안을 하얗게 채색했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텐트마다 텐트가 날아갈까봐 뜬눈으로 몇시간을 지새며 노심초사했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베이스캠프의 인도팀 텐트 1동이 휘어졌고 캠프1(6천1백m)의 인도팀 텐트가 부서졌다.그러나 5일 칸첸중가의 날씨는 언제 돌풍이 불었냐는 식으로 하루종일 구름 한점없이 따뜻한 날씨를 보여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영국 BBC방송는 히말라야 지역의 주간 기상예보에 의하면 다음주부터 날씨가 좋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이에 따라 각국 팀들은 캠프2,3까지 고소적응과 함께 물자수송에 주력하고 있다.

캠프3까지 루트를 개척하고 캠프4 루트를 개척하다 셀파 다와의 죽음을 맞은 한국팀은 전력의 손실을 입고 베이스캠프에서 재등정의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사정을 알고 있는 인도팀은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6일 캠프3까지 오른 후 지난해 칸첸중가를 등정했던 셀파 장부가 대원과 함께 캠프4의 루트를 개척할 계획으로 있다.현 상황으로는 한국과 인디아팀이 합동대를 만들어 같이 등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영국과 스위스팀은 남들이 개척한 루트를 따라 뒤쫓아 오르는 가장 비신사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어 다른 팀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곳 베이스캠프에는 쟁쟁한 산악인들이 몰려 있어 이들의 등정에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우선 한국팀의 엄홍길대장은 히말라야 8천m급 고봉 12개를 올랐으며 뒤늦게 들어온 알랭 행스(영국)는 14좌 완등을 위해 칸첸중가·다울라기리·안나푸르나 3개봉을 남겨 놓은 상황이고 스위스 팀의 노흐베르 요스도 에베레스트·로체·마칼루·칸첸중가를 제외한 10개 봉우리를 완등했다. 그런가 하면 같은 스위스팀의 앙드레도 8개를 등정한 산악인이다.

그러나 한국과 인디아팀및 같은 스위스팀 셀파들은 알랭 행스와 노흐베르 요스의 행동에 대해 ‘과연 이들이 진정한 산악인인가’에 대한 회의를 품고 있다.

이들은 남들보다도 1주일∼10일이상 늦게 베이스 캠프에 도착했으며 루트 개척은 커녕 다른 팀이 닦아놓은 길을 따라 캠프1까지 오르내리며 고소적응에 여념이 없다.또한 각자 2∼3명의 셀파만 대동한 채 등반에 필요한 고정로프·스노우바·아이스 스크류 등은 갖고 오지도 않았다.

칸첸중가처럼 험한 산이 아니더라도 히말라야를 등반하려면 필수장비는 챙겨야 하는데 이들의 행동을 보면,남들이 루트를 개척하면 그 뒤를 따라 힘안들이고 오르는 놀부심보라며 많은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아무리 히말라야 8천m 고봉 10∼11개를 오르면 뭐하냐.이처럼 이들의 ‘무임승차’해서 오른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욕을 먹고 있다.

그래서 인디아와 한국팀은 비록 농담이지만 칸첸중가를 등정하고 하산할 때 ‘두 팀이 깔은 고정로프를 회수해 오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현재 날씨로 봐서 한국팀의 등정 예정일은 15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왜 산에 오르냐’는 물음에 산악인 마르쿠스 슈무크는 “대답할 말이 없다.있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올라야겠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이곳 칸첸중가 남면 베이스캠프에 모인 모든 산악인들의 마음은 슈무크의 대답과 같은 마음일 것이다.앞으로 열흘안에 한국팀의 낭보가 고국에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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