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기븐 선데이

중앙일보

입력

"최후의 승패를 가르는 1인치,
그 작은 차이에 목숨을 내던지는 것이 삶이다!"

토니 디마토 코치가 이끄는 마이애미 샤크 팀은 전미 풋볼연맹 챔피언쉽을 연속 2차례나 거머쥐었다.

그러나 현재 그의 팀은 3연속 패배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지 못해, 경기마다 관중의 수는 줄어들고 선수들의 나이도 늘어나 39세의 캡이 쿼터백 자리를 지키는 실정. 게다가 승리보다 팀웍을 강조하는 디마토 코치는 오직 승리와 돈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젊고 야심찬 여성 구단주 크리스티나와 사사건건 마찰을 빚는다.

팀 플레이의 윤리를 앞세우는 구식 인간인 토니와 캡에게 태클을 거는 또다른 인물은 재능은 있지만 오만한 신인 쿼터백 윌리 비멘. 그는 잭과 제2쿼터백까지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자 갑작스럽게 쿼턱백으로 등판한다.

흑인으로서 맛본 쓰디쓴 박탈감으로 돈과 명성으로 보상받으려는 비멘은 게임 때마다 압박감에 시달리면서도 스타덤을 향해 자신을 채찍칠한다.

팀의 연패가 계속되고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실려가자, 크리스티나는 오만한 신참을 쿼터백 자리에 앉히고, 완치되지 않은 선수들은 필드로 불러낸다. 팀 닥터마저 구단주 편에서 선수들을 임으로 진단한다.

특종에 혈안이 된 언론까지 맞물리면서 디마토 코치와 크리스티나의 갈등의 골은 깊어간다.

팀의 존재를 결정짓는 마지막 경기. 디마토 코치는 이기적인 비멘을 재치고 부상 중에 있는 캡을 주전 쿼터백으로 새 진용을 짠다. 경기 시작 3분 전, 팀의 사활을 건 디마토 감독의 연설이 끝나고, 마지막 게임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는데...

리뷰

"풋볼은 곧 삶이다."

미식축구는 미국인들에겐 기쁨이자 희망이고, 슬픔이자 고통이라고들 한다. 올리브 스톤 감독의 〈애니 기븐 선데이〉는 미국인들의 일상의 애환을 좌우하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삶의 한 부분인 풋볼을 다룬 스포츠 드라마다.

풋볼 선수들과 코치, 그들의 가족과 구단주, 시청률 경쟁의 노예로 전락한 스포츠 미디어, 8등신 미녀들의 애환이 긴박하게 그려져 있다. 생사를 건 선수들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는 그야말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애환의 현장에 다름 아니다.

전미 풋볼연맹 챔피언십을 2차례나 차지한 토니 디마토 감독(알 파치노)의 마이애미 샤크팀은 연속패배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지 못할 정도로 기력이 쇠약해 졌다. 선수층도 노쇠해 39살의 잭 캡 루니(데니스 퀘이드)가 쿼터백 자리를 지키는 실정이다. 여기에 게임의 '승리'보다 팀웍에 관심을 쏟는 디마토와 '승리'와 '돈'밖에 모르는 젊고 야심찬 여성 구단주 크리스티나(카메론 디아즈)는 사사건건 충돌한다. 팀내의 또다른 갈등의 불씨는 재능은 갖췄지만 팀웍을 무시하고 개인기만을 믿는 오만한 신인 쿼터백 윌리 비멘(제이미 폭스)이다.

돈과 TV의 '노예'로 전락한 미식축구계의 이면, 곧 스포츠 비즈니스의 뒤안길을 적나라하게 꼬집으면서 한 집단이 어떻게 승리를 이끌어내는지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했다.

"1인치의 차이가 승패를 가른다"는 대사는 풋볼 경기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삶을 비유하는데 꼭 들어맞는 말이다.

올리브 스톤 감독은 선수,코치,광고주,스포츠 기자,아나운서,언론계 거물,팀 닥터, 정치인, 파티걸 등이 뒤얽혀 있는 남자들의 승부세계를 묘사하기 위해 할리우드 스타를 대거 기용했다.

특히 대배우 알 파치노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열연한 카메론 디아즈의 연기대결이 볼만하다.

실감나는 경기장의 열기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 놓기 위해 동원된 카메라만도 9대나 됐다. 생동감 넘치는 선수들의 육탄질주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그 덕택이다. 미국인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풋볼경기에 우리나라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보일지 궁금하다. 20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이명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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