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유상철·김현석 '골잡이' 명성

중앙일보

입력

유상철(29.요코하마 매리너스)과 김현석(32.베르디 가와사키). 울산 현대 선후배 사이인 두 선수가 올해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골폭풍을 일으키며 한국축구의 매운 맛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J리그에 진출한 유상철은 올시즌 5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7골로 득점 단독선두에 나섰다.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황선홍(당시 세레소 오사카)에 이어 2년연속 한국 선수가 J리그 득점왕을 차지할 공산이 크다.

올해 일본으로 건너간 김현석도 데뷔전에서 골을 터뜨리는 등 '적응기' 를 전혀 거치지 않고 6골을 쏟아부어 유상철에 이어 득점 2위에 올라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둘 모두 정통 스트라이커 출신이 아니라는 점. 유는 1998년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하긴 했지만 대표팀에서는 주로 공격형이나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해 왔다.

김도 K리그 통산 98골로 2위에 올라있긴 하지만 울산에서는 주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해왔다.

더구나 김은 대표팀에 뽑혀도 경기에 투입되지 못하고 벤치를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일본의 전문 골잡이들을 제치고 '득점기계' 로 떠오른 것일까. 전문가들은 양국의 축구풍토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일본은 미드필드에서의 세밀한 패스워크를 중시하는 '프랑스형' 축구를 선호한다.

지도자들은 자질이 뛰어난 선수를 가능하면 플레이 메이커로 키우고 싶어한다.

나카타.나나미.오노 신지 등 일본의 스타 플레이어는 대부분 미드필더다.

상대적으로 공격력이 떨어지고 파괴력있는 스트라이커를 찾기 힘들다. 공격수가 약하면 수비수의 능력도 그만큼 처지게 마련.

한국은 화끈한 스트라이커를 선호하는 '독일형' 이다.

이회택.차범근.최순호 등 스타 계보는 공격수들이 잇고 있다.

공격수가 강하다 보니 이를 마크하는 수비도 그만큼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공.수가 강하고 거친 한국축구에서 단련된 유상철과 김현석이 수비력이 떨어지고 '고분고분한' 일본에서 신명나는 골잔치를 벌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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