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벨 청 "여성을 위한 포르노그라피를 만들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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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 개봉되는 화제작〈섹스: 애나벨 청 스토리〉의 주인공 애나벨 청이 21일 방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애나벨 청(본명 그레이스 퀙)은 지난 95년 251명의 남성과 10시간 동안 마라톤 섹스를 하는 초유의 이벤트를 기획하였고, 이러한 그녀의 실제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작년 선댄스 영화제와 칸느에서 최고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포르노 배우이다.

애나벨 청은 예상보다 평범하고 가녀린 외모와 차분한 태도로 기자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신중하게 대답하였다.

"한국방문은 이번이 처음이고, 성(性)문제에 있어 보수적인 아시아 국가에서 영화가 개봉하게 되어 무척 긴장된다." 며 방문소감을 밝힌 애나벨 청은 처음부터 연신 "긴장된다" 는 말을 되풀이하였다.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性문화가 개방적인 나라에서 〈섹스: 애나벨 청 스토리〉영화 개봉자체가 찬반의 논란거리가 될 수 없지만, 보수적인 한국내에서의 반응을 아시아 지역 출신인(그녀는 싱가폴 출신이다) 스스로가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나벨 청은 자신의 영화에 대해 "논란이 여지가 많은 다큐멘터리"로 많은 이슈를 담고 있으며,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난 후, 힘의 균형적인 측면 그리고 문화의 필수적 요소로서의 성(Sexuality) 문제를 공론화시킬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포르노 산업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 포르노는 현실이고 인간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포르노는 남성들만을 위해 제작되어 왔다. 앞으로는 여성을 위한 포르노그라피를 만들고 싶다" 며 여성의 성(Sexuality)에 대한 당찬 주장을 피력하였다.

그녀에게 있어 포르노그라피는 남성의 욕망을 위해 여성이 희생되는 장르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수단이며 일방적으로 여성이 침묵을 강요당했던 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에 대한 반감의 표현인 것이다.

그녀는 또한 모든 제도와 언론이 극히 보수적인 싱가폴에 대해 스스로를 "반정부주의자"라고 말하며 그녀의 이러한 발언때문에 자신의 부모가 위협받고 있으며 모국인 "싱가폴에서는 상영되길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갱뱅(gang-bang: 한 여자가 여러 명의 남자가 돌아가며 섹스를 벌이는 것)과 다큐멘터리 이후 겪는 정신적 어려움을 주변의 소중한 친구들에 의해 극복하고 있다는 애나벨 청은 "자신은 가슴 깊숙한 곳에 아시아 여성으로서의 동양적 내면을 지니고 있다"며 스크린 이미지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이면에서 진보,진화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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