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경제다] 5 국가 빚 줄일 특별법 제정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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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싶겠지만, 우리에게 4.13총선은 두가지 큰 숙제를 안겨주었다. 국가채무와 국부유출이 그것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국가채무가 위험수준이고, 아까운 기업들이 해외에 헐값으로 팔려 국부가 유출된다" 는 요지의 문제 제기를 했고, 이에 정부.여당은 "공연한 위험발언으로 국가신인도가 추락해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 고 반박했다.

이것이 선거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가늠하기 어려우나, 우리 경제의 앞날과 관련해 근원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사안임은 분명하다.

선거 당시 여야의 논쟁은 국가채무 누적이 현 정부의 잘못이냐, 또 정확하게 얼마냐에 집중됐다.

그러나 이제 선거도 끝났으니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국가채무를 줄여 나갈 것이냐' 로 관심을 돌려야 할 것 같다.

국민의 세금으로 모은 나라 돈은 언제나 아껴써야 하고, 국가채무는 뒷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상식적인 이유말고도 두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중남미의 경험이 대변하듯이 과도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는 언제라도 경제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또 국가채무가 감축되지 않으면 다음 선거 때도 상식이하의 논란을 거쳐야 할 것이다.

여.야 모두 재정건전화를 겨냥한 법안을 제안해 놓고 있다.

세금을 거두어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을 가급적 국가채무 감축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외견상 같아보이는 법 제안이 아직까지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세계잉여금을 나라 빚을 줄이는 용도 뿐 아니라 실업대책.저소득층지원 등에도 쓰자는 것이고, 한나라당은 실업대책비 등은 예산에서 쓰고 세계잉여금은 원칙적으로 국가채무를 줄이는데 써야 한다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복지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또 재정건전화법이 재정운용을 경직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채무 감축이 건강한 나라를 만드는데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여야가 협의해서 빠른 시일내에 재정건전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국부유출과 관련된 선거쟁점 중에 '아까운 국내기업을 헐값에 외국인 손에 팔아넘겼는가' '그래서 해외 예속성이 늘었나' 하는 부분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또 '외국인투자가 유용한 것이냐' 는 논쟁도 이제는 '외국인투자도 유용한 것' 으로 정리되었으니 더이상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다만 공기업 민영화와 해외매각에 대한 시각은 차제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우선 국민들로 하여금 공기업 구조조정 뿐 아니라 전반적인 구조개혁의 근본 취지를 의심케 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선거 직후에 "한나라당이 제1정당이 되었으니 앞으로 구조개혁은 어렵게 됐다" 는 표피적 반응이 있기도 했다.

공기업 해외매각 반대론은 구조개혁과정에서 외자.외국인기업의 역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확산시킬 위험도 크다.

'해외매각은 국부유출' 이라는 단순논리에 편승해 대우차 노조와 이에 동조하는 자동차 노조들이 해외매각 반대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 그런 징표의 하나다.

국부유출 논의는 또 "구조조정 기업의 매각과정에서 국내인수기업들이 역차별을 받는다" 는 문제를 남겼다.

국내기업을 우대는 못해 주더라도 적어도 '역차별한다' 는 비판은 받지 않도록, 국내기업이 충족하기 힘든 인수자격, 국내기업에게는 제공되지 않는 각종 투자 유인책 등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결국 나라 빚을 줄이고 구조개혁에는 박차를 가해 경제위기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4.13총선이 남긴 진정한 과제일 것이다.

김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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