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차 따라하기”… 똑똑해진 ‘오토 크루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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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정속주행장치는 속도뿐 아니라 앞차와의 간격까지 유지한다.

정속주행장치는 운전자가 따로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미리 지정한 속도를 유지시켜주는 장비다. 자동차 업체마다 명칭엔 차이가 있는데 ‘오토 크루즈 컨트롤’이 일반적이다. 정속주행장치는 18세기 증기기관에 처음 도입됐다. 자동차엔 1910년대부터 쓰기 시작했다. 오늘날과 비슷한 개념의 정속주행장치는 45년 미국의 한 맹인 발명가가 고안했다.

 국산차는 1980년대 말부터 달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 주행 여건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1990년대 초 퇴출당했다. 이후 도로 사정이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부활했다. 정속주행장치라고 다 같진 않다. 세대별로 기능에 차이가 있다. 1세대 정속주행장치는 속도유지 기능만 있다. 대개 시속 40㎞ 이상부터 쓸 수 있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동으로 해제된다.

 정속주행장치는 오르막에선 가속을 붙이고, 내리막에서는 동력을 끊어가며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다. 언뜻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법석을 떠느라 연료를 더 쓰진 않을까 걱정할 수 있다. 실은 오히려 반대다. 최소한의 동력을 보태고 빼며 섬세하게 속도를 다듬는다. 따라서 별난 노하우를 가진 ‘연비운전의 달인’이 아닌 이상 가장 연료를 아껴 달릴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나 홀로 도로를 달리는 경우가 아니면 정속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2세대 정속주행장치엔 간격유지 기능을 더했다. 설정 속도를 상한선으로 삼아 미리 정한 앞차와의 간격을 가늠하며 달린다. 앞차가 속도를 줄이면 알아서 제동을 걸어 거리를 유지한다. 하지만 2세대도 정체구간에선 무용지물. 일정 속도 밑에선 작동을 멈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게 3세대다. 멈출 때까지 기능이 유지된다. 앞차가 출발하면 다시 속도를 붙인다. 이때 차종에 따라 스스로 출발하기도 하고, 가속 페달을 건드려야 움직이기도 한다. 정속주행장치를 과신하면 위험하다. 차선을 바꾸거나 고속도로에서 빠져나갈 때 주의해야 한다. 차 앞쪽이 비는 순간 정속주행장치가 설정 속도를 따라잡으려고 급가속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찬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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