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탐사선, 땅과 충돌해 산산조각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화성 남극 착륙선 폴라 랜더호가 지난해 12월 3일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때 미 항공우주국(NASA)측은 몹시 당황했다. 4개월이 지난 지금 NASA 조사관들은 사고 경위를 알게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2주 전 조사위원회는 쉽게 고칠 수 있었던 컴퓨터 소프트웨어상의 사소한 고장 때문에 폴라 랜더호의 엔진이 화성 착륙 10초 전쯤 멈췄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로켓이 작동되지 않은 채로 1억6천5백만 달러짜리 탐사선이 얼어붙은 화성 표면에 시속 80km로 충돌해 부서졌다는 게 과학자들의 추측이다.

NASA의 화성 탐사 사고는 최근 들어 이번이 세번째였다. 엔지니어들은 화성의 토양 표본 추출을 위해 폴라 랜더호에 선적했던 딥 스페이스 2호의 실종에 대해서도 원인을 못 찾고 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엔지니어들이 파운드 단위를 미터법 단위로 환산하는 것에 착오를 일으키는 바람에 1억2천5백만 달러짜리 화성 기후 탐사선이 화성 상공에서 마찰열로 타버린 사고도 있었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일련의 사고에는 공통적인 원인이 있었다. NASA의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장비를 제대로 테스트할 만한 시간과 예산이 불충분했다는 점과, 고위 관리자들이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철저히 감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보고서 작성자들은 ‘더 빨리, 더 낫게, 더 싸게’라는 NASA의 운영 신조에 문제를 제기했다. 조사위원회는 “우주 탐사임무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경고와 함께 “준비가 안 돼 있으면 발사하지 말라”는 지침을 NASA의 새로운 운영 신조로 제시했다.

이번 사고로 징계를 받은 대니얼 골딘 NASA 국장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제트추진연구소에서 화상 탐사 엔지니어들을 격려하는 연설에서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너무 무리하게 추진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이에 따라 NASA측은 2001년으로 예정된 화성 탐사선 발사를 2003년 이후로 연기하고, 우발사고에 대비해 예산을 증액하며, 화성 프로젝트 전과정을 감독할 책임자를 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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