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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영혼 빠져나가” … 국내 IT업종 주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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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5일 스티브 잡스의 사임 소식에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주가는 반짝 치솟았다. ‘잡스 없는 애플’이 국내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에 비해 1만7000원(2.4%) 올랐다. LG전자(1.27%)·하이닉스(6.46%) 등 IT 업계 주가도 함께 상승했다. 반면 ‘회사를 지탱해온 영혼이 빠져나간다’는 충격에 애플 주가는 미 뉴욕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5.3% 하락했다.

 이전에도 암 투병 중인 스티브 잡스가 병가를 낼 때마다 국내 업계에는 반사 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돌았다. ‘애플=잡스’라는 통념이 생길 만큼 그에 대한 애플의 의존도가 워낙 컸던 탓이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지금까지의 혁신적인 모습을 잃어버릴 경우 애플과 직접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우선적으로 수혜를 보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물론 이런 낙관론은 길게 내다본 것이다. 국내 IT업체의 희망 섞인 바람도 담겨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분간 애플의 지배력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잡스가 이사회 의장직을 맡으며 당분간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임자 팀 쿡 역시 2004년 이후 애플의 살림을 도맡아온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만만치 않은 경영 능력을 과시해 왔다.

 업계에서는 잡스 없는 IT 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어떻게 잡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 잡스의 일선 후퇴와는 무관하게 글로벌 IT 판도는 하드웨어(기기)와 소프트웨어(원천 기술)를 쌍두마차로 삼아 달리는, 이른바 ‘컨버전스 IT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며 급변하고 있다.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가 가장 최근의 사례다.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등 소프트웨어의 강자인 구글이 하드웨어 업체까지 보유하게 돼 업계를 긴장시켰다. 대표적인 컨버전스 IT 기업인 애플처럼 ‘소프트웨어-콘텐트-하드웨어’를 모두 아우르는 기업이 하나 더 생겼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구글 생태계가 구축되면 국내 업체들의 입지는 외려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국내 IT 업계가 소프트웨어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기만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체 OS도 부족하고, 소프트웨어도 없는 이 상태로 국내 업체들이 머문다면 잡스가 있건 없건 더 좋아질 게 없다”고 꼬집어 말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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