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가 맨살 스며드는 것 같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전남 장흥군 억불산 우드랜드 비비에코토피아 풍욕장에서 김용호씨 가족이 파란색 부직포 옷을 입은 채 이야기를 나누며 쉬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어라! 맨몸이 아니네.”

 전남 장흥군 장흥읍 우산리 억불산의 ‘비비에코토피아’ 관리인 김대흠(58)씨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이곳은 개장(7월 30일) 전부터 ‘누드 산림욕장’으로 유명세를 탔다. 지금도 장흥군청에는 “옷을 어디까지 벗어야 하느냐” “젊은 여성이 많이 오느냐”는 문의가 온다. 옷을 벗고 풍욕(風浴)을 하는 장소로 만들어지면서 생긴 오해다.

 23일 오후 편백나무가 가득한 풍욕장에는 얇은 부직포로 만든 파란색 옷을 입은 남녀 30여 명이 여기저기서 쉬고 있었다. 움막(8개)과 원두막(7개), 평상(10개) 등은 서로 잘 보이지 않도록 언덕과 구릉 위에 설치됐다. 남성 3명만이 상의를 벗고 있었을 뿐 대부분 상·하의를 입었다. 풍욕을 하고 있던 김용호(49·광주시 광산구 우산동)씨는 “신선한 공기를 최대한 몸으로 호흡하기 위해 아들과 함께 상의를 벗었다”며 "맑은 공기가 맨살에 스며들어 상쾌했다”고 말했다.

 이곳은 애초에 옷을 입지 않고 풍욕을 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누드 산림욕장이란 얘기가 헛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종교인 등의 반대가 심해 가벼운 옷을 걸치는 것으로 바꿨다. 다만 아토피 환자들은 남녀가 따로 들어가는 토굴 속에서 맨몸으로 치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장흥군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입장료는 무료지만 상·하의 대여료로 2000원을 받고 있다. 비비에코토피아는 하루 최대 200명만 입장객을 받는다. 쾌적한 환경에서 풍욕을 즐기게 하기 위해서다. 예약은 할 수 없고 도착한 순서대로 입장한다. ‘비비’는 영어 단어 ‘비비드(vivid·생기 있는)’에서 따왔다.

 늦가을부터는 기온이 낮아 풍욕을 할 수 없다. 양수인 전남도 보건환경연구원 대기보전과장은 “편백이 쏟아내는 피톤치드는 봄과 여름에 많다”고 말했다.

 풍욕장 입구에서부터 “사진기와 휴대전화는 반입할 수 없다”는 사전 교육을 받는다. 사생활 침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전화 소음이 다른 사람의 휴식을 방해하는 데다 편한 차림으로 있는 사람들의 사진이 인터넷 등에 유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흥군청에서도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부산 해운대에서 이곳을 찾은 김대오(35)씨는 “누드 산림욕장이라고 해서 좀 긴장했는데, 휴대전화 공해도 없고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장흥=유지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