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광’시진핑 월드컵 3대 꿈, 외국인 감독에 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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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시진핑

카마초(左), 크린루이크(右)

축구광으로 유명한 시진핑(習近平·습근평·58) 중국 국가부주석에게는 당 총서기(2012년)와 국가주석(2013년)이 되는 꿈 외에도 또다른 꿈이 있다.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 그것이다.

 시 부주석은 7월4일 중국을 방문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로부터 박지성 선수의 사인볼을 선물 받자 감격하며 “중국 축구를 거론하자면 부끄럽다”면서 중국 축구에 대해 3가지 소망을 토로했었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당시 중국 네티즌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비아냥거렸다. 한 네티즌은 “중국 축구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화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것에 비할 정도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가대표 축구팀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사상 처음 출전했지만 당시엔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 주최국으로서 자동출전권을 얻는 바람에 아시아 지역 예선을 어부지리로 통과했었다. 이처럼 형편 없는 축구 실력 때문에 중국 국가대표 축구팀은 전국민의 농담 소재가 됐을 정도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시 부주석은 축구 개혁을 위해 엄청난 열의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거액을 들여 국가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 감독으로 스페인과 네덜란드 출신 외국인을 영입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한다.

스페인은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월드컵 우승국이고, 네덜란드는 준우승 국가였다.

 중국축구협회는 14일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56) 전 스페인 축구대표팀 감독을 영입했다. 3년간 450만 유로(약 69억원)를 지급하는 파격적인 계약 조건이다. 카마초 감독은 “2014년에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화답했다.

카마초 감독은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낯익은 인물.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스페인 감독을 맡아 8강전에서 한국과 맞붙었다가 승부차기에서 패해 탈락했다.

 17일에는 네덜란드 출신의 크린루이크를 3년 계약(2년 연장 가능) 조건으로 청소년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했다. 2016년 브라질에서 열리는 올림픽 본선 진출을 겨냥한 것이다.

 시 부주석이 중국 최고 지도자로 재임하는 기간에 열리는 두 대회에서 중국팀이 본선에 진출한다면 시 부주석의 꿈 하나가 이뤄지게 된다.

 앞서 시 부주석은 중국 축구 개혁을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2009년 10월 독일 방문 기간에 자신이 열렬한 축구팬이라고 소개하면서 “베이징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처럼 중국 축구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축구계의 비리 척결을 지시했고 대대적인 사정 바람이 불었다. 2008년 7월에는 허베이(河北)성 친황다오(秦皇島)에 지은 축구경기장을 찾아 직접 시축하기도 했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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