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내 맘대로 베스트 7] 할리우드 뺨치는 발리우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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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영화 ‘블랙’


미국과 함께 세계에서 영화를 가장 많이 만드는 나라인 인도. 할리우드 영화는 한국 극장가에 실시간으로 개봉되지만, ‘발리우드’(인도 봄베이(현재 뭄바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 영화는 안타깝게도 1년에 한 편 걸리기가 힘들다. 하지만 상황이 조금은 달라진 올해, 3월의 ‘내 이름은 칸’에 이어 이번 주엔 ‘세 얼간이’가 관객과 만난다. 한국 관객은 지난 30여 년 동안 고작 10여 편의 인도 영화를 접했지만, 그중 보석 같은 작품을 골라보았다.

김형석 영화 칼럼니스트

7신상

1971년 만들어진 이 영화는 78년 ‘한국에 개봉된 첫 인도 영화’라는 수식어를 달고 관객과 만났다. 인간과 코끼리 사이의 우정을 그린 영화로, 올드팬들의 기억 속에 깃들어 있는 수작이다. 다행히 DVD로 출시되어 있으니, 옛 추억을 되새기고 싶으신 분들은 참조하시길.

6내 이름은 칸

9·11 이후 미국 사회에서 인도계 사람들이 겪는 일들을 그린 영화. 실제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실화 영화와 같은 감동을 전하며 올해 40만 명에 달하는 관객과 만났다. 자폐 증상이 있지만 꿋꿋이 살아가는 주인공의 진심이 드라마의 핵심.

5춤추는 무뚜

인도 영화가 생소했던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었을 듯. 군무를 중심으로 하는 특유의 화려한 뮤지컬 장면은, 처음에 유치하게 보이다가도 거부할 수 없는 압도적인 매력이 있다. 인도 계급사회를 토대로 한 멜로도 인도 영화의 전형적인 요소.

4아쉬람

남편이 죽으면 평생 정절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교리 속에서, 조혼에 의해 8세에 과부가 된 쭈이야는 아버지에 의해 아쉬람에 버려진다. 이후 전개되는 슬픈 드라마는 악습이 사회를 지배하는 시절에 대한 비판이다. 힌두교 원리주의자들에 의해 영화 제작 자체가 탄압받았던 작품. ‘아쉬람’은 ‘물’이라는 뜻으로, 영화 내내 물의 이미지가 이어진다.

3세 얼간이

“알 이즈 웰(All is well)”. 세련되지 않은 발음이지만, 모든 것이 잘 될 거라는 이 영화의 낙관주의는 관객을 흐뭇하게 한다. 2시간20분의 러닝타임이 그다지 지루하지 않은 건, 요동치듯 진행되는 드라마의 힘과 세 얼간이 캐릭터의 힘. 그 안엔 소중한 것을 잃고 살아가는 삶에 대한 조용한 교훈이 있다.

2밴디트 퀸

‘엘리자베스’로 유명한 인도 출신의 감독 세자르 카푸르 감독의 작품. 자전거 한 대와 암소 한 마리에 팔려 결혼한 여주인공은 숱한 남성들 사이에서 학대당하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가, 결국은 무장세력을 이끌고 정부에 저항하게 된다. 인도 현대사의 핫이슈였던 폴란 데비의 삶을 그린 실화 영화. 1990년대 한국에서 상영된 유일한 인도 영화다.

1블랙

헬렌 켈러에게 영감을 받은 이야기. 어둠과 침묵의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소녀 미셸은 헌신적인 교사 사하이에 의해 새로운 삶을 찾지만,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하이는 그녀를 기억하지 못한다. 2005년에 만들어진 영화로 한국에선 2009년 개봉되었으며, 86만 명의 관객 수는 현재까지 인도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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