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북한 특수' 촉각… 잇단 방북

중앙일보

입력

재계가 '북한 특수(特需)' 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남북경협위원회 위원장인 장치혁 고합그룹 회장 등 이북 출신 기업인 10명은 북한으로부터 정식 초청장을 받아 다음달초 방북한다.

이들은 각자 고향에 소규모 공단을 조성하는 방식을 포함한 투자 계획을 짜고 있다.

재계는 특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총선 후 북한 특수' 발언과 관련해 북한의 전력.식량.사회간접자본(SOC) 해결을 위한 특수가 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발전사업의 경우 극동 러시아 지역에 풍부한 천연가스.석탄 등을 이용한 발전소를 지어 북한에 산업용 전기를 공급하는 방안, 또는 북한 내 발전소 건설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한국전력.현대 등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농업개발원.남양알로에 등은 북한 인력을 이용해 러시아.만주 일대에서 농사를 지어 북한에 식량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는 정주영 명예회장이 총선 이후 방북하는 것을 계기로 서해공단 사업의 추진이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는 2천만평의 부지에 8백50여개 국내외 업체를 유치해 연간 2백억달러 규모의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대북 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평양 대동강 공장에서 부품 임가공 사업을 전개 중인 전자조합은 다음달초 10개 회원업체 대표가 북한을 방문하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달말 북한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중국 베이징대표부측과 임가공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며 "현지 조립부품 일부를 삼성전자의 북한 공장에 납품하는 방안도 추진 중" 이라고 밝혔다.

전자조합 6개 업체는 1998년부터 현지에서 한달에 임가공료 기준 1만5천달러어치씩을 생산해 국내에 반입해 왔으며 이번 방북을 통해 4개 업체가 추가로 진출할 계획이다.

에이스침대는 사리원에 공장을 건립하기로 최근 북한과 합의했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안유수 회장 등이 이미 북한을 다녀왔으며 곧 공장을 건설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D정밀공업 등 4개 정밀기계부품 회사는 지난해말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협동화자금 26억원을 지원받아 평양 인근에 조립 공장을 건립하고 생산설비 이전 작업을 하고 있다.

기협중앙회는 98년 방북 결과를 토대로 대북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섬유.기계조립.건자재.라이터 등의 북한 내 조립생산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의 대기업 중심 남북 경제협력 외에 신흥 벤처와 중소업체를 묶어 컴퓨터.백색가전.통신 분야에서 북한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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