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조선산업, 중국의 도전 물리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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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우리가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분석적인 방법이다. 환경분석에 의해 파악되는 기회와 위협을 고려하고 경쟁기업과 우리의 자원을 비교하는 SWOT 분석에 의해 이 사업이 우리에게 맞는 것인가를 결정하고 재무적 타당성도 있어야 한다. 이것은 ‘전략적 적합(strategic fit) 모델’이다. 이것은 멀리 내다보기보다 현재 상황에 기초를 두고 결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단기적이고 정적이다. 미국이 TV산업에서 일본 기업의 공격을 받자 철수를 결정했는데 뒤에 TV산업이 HDTV 등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발전하면서 철수한 결정을 후회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직관적인 방법으로 이 사업을 할 필요가 있느냐 없느냐와 같이 전략적 중요성에 기초를 두고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략적 비전(strategic vision) 모델’이라고 부른다. 이 방법은 현재 상황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승부를 걸어볼 필요가 있는지 자문하는 것이다. 필요가 있다면 전략적 과제를 설정하고 달성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실패를 해도 실패로부터 배워 경쟁우위를 축적해 성공을 도모하는 것이다. 학습과 성장이 중요하고 장기적이고 동적(dynamic)인 접근 방법이다.

 일본의 캐논은 1960년대 난공불락의 제록스를 따라잡자는 전략적 비전하에서 개인용 복사기가 5000~6000달러 할 때 1000달러짜리를 만들겠다는 전략적 과제를 설정함으로써 경쟁우위를 키워나갈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전략적 비전 모델에 기초를 두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독일의 자동차사업은 전략적 비전모델에 기초를 두고 기술혁신을 통해 경쟁우위를 계속 축적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세계를 선도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조선산업이 세계 1위를 하고 있는데 시간이 되면 중국에 넘겨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보다 계속 경쟁우위를 축적해 지켜 나간다는 각오가 요구된다. 분석적으로 접근하면 중국이 우리를 추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가 장기적 비전을 수립하고 비전 달성에 요구되는 과제를 설정해 제품혁신과 공정혁신을 통해 계속 선두를 유지할 수도 있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기술혁신을 통해 앞서 나가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엔지니어를 비롯한 우수한 인재들을 조선산업으로 끌어들이고 통찰력 있는 경영자를 전면에 배치하는 것이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이 때문에 우려스러운 것이다. 특히 중국이 우리보다 엄청나게 많은 이공계 인력을 배출하고, 많은 연구개발(R&D)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정책적 변화가 긴박하게 요구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가 6·25전쟁 후의 폐허 위에 반도체, 조선, 자동차, 철강 등 세계적 기업을 출현시킬 수 있었던 것은 미래지향적 국가 비전에 기초를 두고 젊은이가 산업의 역군으로 참여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국가적 지도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다시 한번 요구되는 것은 기존 산업에서 경쟁우위를 지켜 나가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국가 비전을 설정해 국민적 역량을 한데 모으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일자리 창출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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