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SK우승, 트레이드.패기.용병술 합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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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SK의 창단 이후 첫 우승은 전략적 트레이드와 패기 및 용병술의 합작품이었다.

SK는 97년 7월 진로 농구단을 인수, '97-'98시즌에 데뷔한 이후 2시즌 연속 하위권을 맴돌다가 98년 11월 기아의 최인선감독을 데려오면서 팀 개편에 착수했다.

국내 정상급 스타 서장훈과 현주엽만으로는 부족해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학 최고의 가드 황성인을 지명, 짜임새를 갖췄다.

SK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지난 시즌 현대 우승의 주역중 하나였던 재키 존스를 99년 8월 용병 트라이아웃에서 뽑은 로렌조 홀과 트레이드, 골밑을 한층 강화했다.

골밑 장악력에다가 정확한 3점포까지 갖춘 존스의 영입으로 서장훈, 현주엽과 함께 강력한 포스트진을 갖추게 된 것이다.

SK는 강화된 골밑 라인으로 이번 시즌 초반 상위권을 유지하며 가능성을 보였으나 골밑의 중복과 스피드 및 외곽의 약점을 드러내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고심하던 SK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현주엽을 골드뱅크에 내주고 신인 지명 전체 1순위 조상현을 데려오는 깜짝 트레이드로 문제를 해결했다.

조상현은 챔피언결정전을 포함, 시즌 내내 3점슛과 황성인과 콤비를 이룬 속공으로 구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또 3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 2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현대를 꺾은데는 전략적 트레이드외에 선수들의 패기와 최인선 감독의 용병술도 한 몫했다.

챔피언 결정 1차전 승리 이후 2, 3차전을 내리 내줘 위기를 맞은 SK는 서장훈의 부상투혼과 신인 황성인 및 조상현 등의 패기로 관록의 현대를 눌렀다.

챔피언 결정전 초반 '국보급 센터'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부진했던 서장훈은 4차전부터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 승부를 뒤집었다.

황성인은 '캥거루 슈터' 조성원을 막으며 '컴퓨터 가드' 이상민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플레이로 팀 공격을 침착하게 리드했다.

조상현도 고비때 마다 터뜨린 3점포로 팀에 활력을 주고 과감한 돌파로 조니 맥도웰과 로렌조 홀이 버틴 현대 골밑을 허물었다.

두 선수 모두 치열한 몸 싸움과 신경전이 벌어진 챔피언 결정전에서 쉽게 흥분했던 서장훈 및 용병들과 달리 신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냉정을 유지했다.

빈약한 벤치 멤버에도 불구하고 식스맨들을 적절하게 투입, 다른 팀 주전급 선수들로 벤치가 가득찬 현대의 신선우 감독을 누른 최 감독의 용병술도 돋보였다.

정규리그 2위에 올랐던 최 감독은 박도경, 손규완, 석주일, 윤호영 등의 식스맨을 적절하게 투입, 주전들의 흥분을 가라 앉히고 체력을 안배해 줬다.

정상을 향한 SK 프런트와 선수, 감독의 일치된 합심이 '거인' 현대를 꺾고 창단이후 첫 우승을 이끌어낸 원동력이 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leesang@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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