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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대학, 왜 교육관료 모셔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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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교육학

전관예우를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현직이 전직을 존경하는 풍토, 그간의 경륜을 업무에 참고하고, 소속 기관의 심리적 단합을 도모하는 자세는 결코 비난할 일이 아니다. 간혹 이를 자산으로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나름대로 일익을 담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도덕적 차원에서만 권장할 일이다. 여기에 이권이 작용하는 직위나 직책, 더욱이 현직 관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라면 그것은 마땅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관행이 은연중에 이어지고 있다. 겉으로는 축적된 전문성을 신장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전문성 고양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지난 8년간 교육부를 퇴직한 3급 이상 고위 공무원 141명 중 76%에 이르는 107명이 대학의 장이나 재단 이사장, 교육 관련 단체 등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또 37.6%에 해당하는 53명은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학이나 교육 관련 단체를 비영리재단으로 보고 이를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과 똑같이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반영돼, 4급 이상 공직자가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한 개정 공직자윤리법에 저촉을 받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른바 법의 사각지대다.

 이번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재취업’한 대학들이 요즈음 주목을 받고 있는 구조조정 대상이다. 결과적으로 교육의 구조적 부실을 전관(前官)들이 방조한 셈이다. 사실 이러한 관행을 전관예우만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만도 없다. 지방사립대학, 특히 군소대학의 장이 세칭 ‘끗발이 없으면’ 교육민원이나 각종 인허가를 얻으러 중앙기관에 올라갔다가 담당과장은커녕 담당 서기관이나 사무관도 못 만나고 돌아온다는 말은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립대학 재단이나 교육 관련 기관이 교육부 전직 고위관료를 선호하는 것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퇴행적 전관예우를 막는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공직윤리법 등을 다시 개정해 재취업 금지 대상 기관에 대학과 교육 관련 기관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근원적인 문제해결책은 될 수 없다. 다시 법의 또 다른 사각지대가 생겨나고, 그러면 법 적용 확대를 위한 법 개정을 다시 해야 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중앙행정기구에 종속된 많은 권한을 지자체 및 교육청과 대학 및 각 단위학교에 위임하고, 이를 뒷받침하도록 관련 법령들을 개폐하는 일이다. 교육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지방자치시대에 교육청의 부교육감을 교육부 수장이 중앙의 국장급 공무원으로 임명하는 현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지방자치 원리에 위배되며, 교육자치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는 교육행정조직 운영이다. 그만큼 중앙부처에 힘이 집중돼 있고, 관료들의 권한이 강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따라서 중앙에 집중된 권한과 법령을 대폭 줄이고, 기구도 축소해야 한다. 이를 시정하지 않는 한 교육관료 재취업이라는 악습은 어떤 형태로든 잔존할 것이다.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