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명예회장의 건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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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구조조정본부가 27일 공개한 녹취록에 나타난 정주영 명예회장의 목소리는 85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카랑카랑했다. 그러나 鄭명예회장은 숨이 찬 듯 말하던 도중에 가끔 호흡을 가다듬었다.

현대측은 鄭명예회장이 원고 없이 2~3분 동안 말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아직 판단력도 흐리지 않다는 것이다.

鄭명예회장은 이날 짙은 감색 양복을 입고 직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회사로 출근했다. 눈의 초점이 약간 흐린 상태에서 한곳만을 응시했다. 기자들이 큰 소리로 질문했지만 그는 못들은 듯 묵묵부답이었다.

김재수 구조조정본부장은 "명예회장은 걸음이 조금 불편할 뿐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 정신건강도 문제가 없다. TV보도를 보고 이번 사태의 진행사항을 알고 있으며 신문도 간혹 읽는다" 고 전했다.

현대 관계자에 따르면 鄭명예회장의 하루 일정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鄭명예회장은 오전 5시쯤 일어나 5시30분에 한식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오전 6시30분쯤 회渶?출근하거나 집에서 쉬면서 시간을 보낸다.

오전 11시면 점심식사를 하는데, 보통 한식이며 가끔 일식을 들기도 한다. 오후 5시쯤 저녁식사를 한 뒤 오후 8시면 잠자리에 드는데, 취침시간을 그 전보다 한시간 정도 앞당겼다.동네사람들은 오전 6시면 鄭명예회장이 응접실에 앉아 정원을 쳐다보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鄭명예회장은 요즘 말을 아주 적게 한다. 다른 사람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한다. 이에 대해 현대 관계자는 "주치의로부터 말을 아끼라는 주문을 받았다" 고 말했다.

鄭명예회장의 건강은 위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 두 명이 상주하며 챙긴다. 물리치료사는 무릎치료를 맡고 있다. 서울중앙병원에는 鄭명예회장의 주치의 팀이 만들어졌다.

이름 밝히기를 꺼리는 서울중앙병원 관계자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명예회장의 뇌 부피가 그 전보다 줄었고 일종의 노화된 변성조직도 보인다" 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의사는 "누구나 나이가 들면 뇌부터 줄어든다" 며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치매로 이어지리라고 보기엔 이르다" 고 지적했다.

鄭명예회장이 걸을 때 부축을 받는 것은 무릎이 불편하기 때문이며, 퇴행성 관절염 증세가 있으나 인공관절을 부착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鄭명예회장의 주치의 이영수씨는 "지난주에도 뵈었지만 건강하다. 그 정도 나이에서 누구나 올 수 있는 노화현상일 뿐, 활동하고 판단을 내리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식사도 잘 한다. 건강검진은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한다" 고 밝혔다.

鄭명예회장은 형제간의 갈등이 불거진 와중에 자신의 건강을 과시했다.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의 인사 파문이 번지자 울산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와 강릉을 이틀 만에 다녀왔으며, 서산 농장에는 헬기를 타고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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