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노조 86%, 두 노총에 등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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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복수노조 허용(7월 1일) 한 달이 지나면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중심의 노동계 판도에 변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복수노조로 설립된 대부분의 신생 노조가 상급단체인 두 노총에서 갈라져 나왔지만 두 곳과 거리를 둔 채 독자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김성호 노사법제과장은 1일 “한 달간 322개의 노조가 설립신고를 했다”며 “7월 초에는 하루 평균 27.8개를 접수했으나 하순에는 8.6개로 줄었다”고 밝혔다. 신생 노조 322개 가운데 240개(74.5%)가 두 노총 소속의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분화(分化)됐다. 한국노총에서 120개, 민주노총에서는 90개가 떨어져 나왔다. 또 322개의 신생 노조 중 277개(86%)가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독립노조로 신고했다. 나머지 45개 노조는 31개가 한국노총에, 14개는 민주노총에 각각 가입했다.

 신생 노조들이 기존 노조의 조합원을 흡수해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민주노총에서 분화한 90개 중 발전노조나 의왕도시공사 등 47개 노조가 조합원 수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생 노조 중 처음 설립 신고를 했을 때보다 조합원이 증가한 노조가 108개에 달했다. 이채필 고용부 장관은 “이념이나 정치 투쟁에서 벗어나 현장 근로자 중심의 합리적 노선을 표방했기 때문”이라며 “양대 노총 중심의 노사관계 구도 변화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반면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조직 경쟁은 하지 않고 일단 추이를 지켜본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에는 민주노총 새 노조가 8개, 민주노총 사업장에는 한국노총 가입 새 노조가 8개 설립됐다. 복수노조가 설립돼 교섭이 진행되는 곳은 287개 사업장 중 228곳이다. 교섭창구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이나 노사분규는 없었지만 노조 간 세(勢)싸움이 본격화하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나 기아차 같은 대기업이나 삼성전자나 포스코 같은 무노조 기업에서는 복수노조가 설립되지 않았다.

장정훈 기자

◆복수노조=한 기업에 한 개의 노조만 설립할 수 있었지만 지난달부터 여러 개의 노조를 만들 수 있는 복수노조가 허용됐다. 노조가 여러 개 설립돼도 사측과의 교섭은 조합원이 더 많은 노조가 대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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