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경영권 방어 나서… 적대적 인수합병 현실화 될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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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뱅크의 경영권분쟁을 계기로 그동안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회사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율이 크게 줄어든 벤처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로선 대부분의 코스닥등록 벤처기업들이 지분 분산이 잘 안돼 있어 설립자 및 특수관계인의 우호지분율이 30~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신규사업에 진출하거나 이익실현을 위해 대주주가 지분을 파는 벤처기업들이 지난해 말부터 급증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 공세가 가능할 정도로 지분율이 낮아진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최근 지분이 낮아진 벤처기업들은 일정기간(공모의 경우 1년) 이후 주식으로 전환되는 회사채인 CB를 발행했다가 주식으로 전환해준 뒤 지분이 줄어든 경우가 많았다.

인터파크의 경우 설립자 이기형씨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15.18%에 그치고 있는데, 홍콩계 펀드 MTI가 17.77%까지 보유했다가 삼성생명(7.66%) 과 알파인(5.20%) 에 지분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휴맥스 변대규 사장의 지분도 15.92%로 나타났는데, 모건스탠리가 최근 지분율을 6.53%까지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증시전문가들은 "골드뱅크 지분을 19.5%나 매집한 역외펀드 릴츠처럼 외국인 펀드들은 언제든지 적대적 M&A 세력으로 떠오를 수 있다" 고 말했다.

대신증권 M&A팀 진승욱 대리는 "벌써부터 일부 벤처기업들이 CB발행 계획을 재검토하는 대신 사채만 떼어내 팔고 신주는 대주주가 되사들이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문의하는 등 지분관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고 밝혔다.

증시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좋은사람들의 주병진 사장이 지분 20%를 처분해 인터넷 사업에 진출했지만 앞으로는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지분을 처분하는 경우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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