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기념관 건립 놓고 체육회-공단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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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체육사 박물관(가칭)과 올림픽기념관 건립을 각각 추진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최근 90억원을 들여 올림픽회관 지하 1층 식당과 지상 1,2,3층의 회의실을 개조해 '88서울올림픽기념관으로 조성하려하자 가뜩이나 부족한 가맹경기단체 업무공간이 더욱 좁아질 뿐 만 아니라 체육회가 착수한한국체육사박물관과 일부 기능이 겹친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체육회는 이미 무교동 체육회관 3층에 연면적 990㎡에 체육사박물관을 설치하기로 하고 배순학 전 사무총장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부위원장의 지휘로 개조사업에 착수한 상태다.

태릉선수촌 선수회관에 임시 전시중인 각종 자료를 옮겨와 4월16-22일 체육주간에 1차 개관한 뒤 가맹 경기단체의 도움을 받아 관련자료를 더 수집, 점차 4-5층까지 전시공간을 늘릴 계획이다.

체육회는 특히 올림픽회관이 86년 서올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재일동포 기부금 460억원중 108억원으로 건립, 체육진흥공단과 공동사용하다 95년 4월 체육회에 무상임대됐는 데도 공단이 나가지도 않고 오히려 식당과 대회의실 등 기존 공간을 없애고 올림픽기념관을 조성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공단이 식당 등 편의시설과 회의실의 축소폭을 줄이겠다고 하지만 올림픽기념관이 조성될 경우 올림픽공원내 곳곳에 흩어져있는 펜싱, 테니스 등 일부 종목의 `딴집 살림'이 굳어지고 종목별 심판강습회나 코치연수회 장소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경기단체들도 기념관 조성계획으로 불이익이 돌아올 것을 우려해 기념관 설립반대 서명운동 등 대책 마련을 검토중이다.

체육진흥공단은 올림픽공원내 기념관을 신축, 업무공간까지 확보하려 했지만 도시계획법에 저촉돼 불발됐고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등이 겹쳐 경비절감차원에서기념관건립계획을 수정했을 뿐이라며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철주 체육회 사무차장은 "88올림픽이 기념비적인 사건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체육사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조선체육회 이전의 각종 자료를 포함한한국체육사의 사료와 기념물을 체계적으로 분류, 전시하는 것이 마땅하고 이렇게 해야 예산의 중복투자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우태 체육진흥공단 기획조정부장은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입주했던 건물에 88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체육회가 추진중인 체육사박물관과는 성격이 달라 문화관광부의 승인이 나오는 대로 사업계획을 구체화 할 것"이라고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용윤 기자 yykim@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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