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 흑자는 구조조정·금리·환율안정의 '합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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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장사들이 기록한 사상 최대 흑자는 1997년말 외환위기 이후 꾸준한 구조조정 노력과 한자릿수 금리 및 환율 안정 등이 빚은 합작품이다.

매출액 증가율이 9.8%로 그리 높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이 사상 최대에 달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구조조정으로 인건비나 판매관리비 등 영업비용이 줄어든데다 금융비용도 감소해 같은 값을 받고 물건을 팔아도 이익을 더 많이 냈다는 얘기다.

지난해 47조원의 유상증자가 올해 거래소시장에 큰 짐이 되고는 있지만 유상증자와 대규모 흑자 덕에 상장 제조업체가 부채비율을 1백%이상 낮춘 것은 앞으로 금리가 오르더라도 이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고질적인 부채경영에서 탈피한 만큼 흑자경영을 지속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장 제조업체의 호황의 1등공신은 정보통신업이었다. 반도체 호황이란 특수요인이 있기는 했지만 정보통신업에서만 상장 제조업체 전체 이익의 절반에 가까운 6조8천억원 이상의 순이익이 났다. 최근 인터넷 붐을 감안하면 정보통신업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장 제조업체들의 순이익 증가가 지나치게 편중돼 이들 업체의 경기에 따라 국가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는 양상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1조원 이상 순익을 낸 삼성전자.LG전자.포항제철.한국전력 4개사가 낸 순이익이 전체의 86.3%에 달해 이들 업체의 영업실적에 따라 경기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30대그룹 중에서는 삼성그룹이 3조원 이상의 흑자를 낸 삼성전자 덕택에 3조2천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며 그 다음으로 지난해 반도체 빅딜로 엄청난 자산매각 수익을 낸 LG그룹이 2조8천억원의 흑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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