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익산 인구 10% … ‘원광대 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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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와 익산시는 최근 식품클러스터 관학 교류 등 상호협력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원광대는 그 첫걸음으로 여름방학 기간 익산지역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영어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원광대 강의실에서 26일 이 캠프에 참가한 원광여고 학생들이 원어민 교사와 얘기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전북 익산시는 대학도시다. 전체 30여 만 명의 인구 중 원광대·원광보건대의 학생·교직원이 3만여 명이나 된다. 시민 10명 가운데 1명은 원광대 구성원인 셈이다. ‘익산시의 원광대’가 아니라 ‘원광대의 익산시’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인구 감소로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선거구가 축소될 위기에 놓인 익산시에 해결사가 등장했다. 바로 원광대 학생들이다. 익산시는 2004년 제17대 총선부터 갑·을 선거구에서 1명씩 2명의 국회의원을 뽑아 왔다. 하지만 내년 4월 치르는 제19대 총선은 1개 선거구로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다.

정세현 총장

 지난해 말 인구가 30만7289 명으로 줄어든 반면, 내년 총선은 1개 선거구 상한선이 30만9000여명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민수가 상한선을 밑돌면 기존 갑·을 선거구를 단일화해 국회의원을 1명만 뽑게 된다.

 급박해진 익산시는 원광대 학생들을 겨냥한 인구 불리기 정책을 내놨다. 지난달 1일부터 적용하고 있는 ‘내 고장 주소 갖기 지원 조례’다. 주민등록 주소지를 옮기는 대학생들에게 학자금 명목으로 20만원의 현금이나 재래시장 상품권을 지급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원광대는 전체 학생 중 50~60%가 전북 외 지역 출신이다. 그러나 익산에 주소를 둔 학생은 4800여 명(24%)에 불과하다.

 조례를 시행하자 금방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50일간 1369명이 익산시로 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민등록인구가 내년 총선의 선거구 상한선 예상에 근접하는 30만8958명으로 늘었다. 김경이 익산시 행정지원과장은 “현재 전입자의 60~70%가 대학생이며, 2학기 개학을 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연말까지 4000~5000명 증가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원광대 김유진(생활과학부 3년)씨는 “지난달 주소를 인천에서 옮겼다”며 “이제 익산을 ‘제 2의 고향’으로 주변에 알리고 홍보하는 데 앞장서야겠다는 애착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원광대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익산시 지역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큼 힘이 세다. 학교 측은 “3만여 명이 밥값·교통비 등으로 1만원씩만 쓴다 해도 하루 3억여 원을 익산시내에 뿌리는 셈이며, 원광대 병원·한방병원의 고용인력 또한 1200여 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실제 영등동·신동·신용동 등 시내 중심상권의 가장 큰 고객은 원광대 학생들이다. 이 지역에 있는 음식점·옷가게 등은 방학이 시작되면 썰렁해지고, 개학에 맞춰 인테리어 등을 다시 하거나 고칠 정도다.

 원광대와 익산시는 최근 상호협력을 더 넓히고 강화하기 위한 MOU를 맺었다. 시는 행정·재정을 지원하고, 대학은 인적자원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상생의 기틀을 다지자는 것이다. 그 첫 걸음으로 원광대는 이번 방학기간 300여 명의 고교생들이 참여하는 무료 영어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당초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준비한 직무연수 명사 특강 코너도 시청 공무원들에게 개방했다. 또 익산시가 추진하는 식품클러스터사업의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해 학교에 식품연구원을 설립하고, 산·학·관 합동 심포지엄도 열었다.

 정세현 원광대 총장은 “지방 사립대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학교로서 시민과 함께하는 대학, 지역과 더불어 성장하는 대학으로 거듭 나겠다”고 다짐했다. 또 이한수 익산시장은 “원광대와의 협력 체제를 강화해 광주·전주를 잇는 호남권 3대 도시의 위상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장대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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