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의 경고 “서울보증, 협의없이 빚 탕감 부적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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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보증보험이 금융당국의 경고를 받았다. 생계형 채무자에 대한 특별 감면 조치가 문제였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6일 “당국과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부채감면 조치를 발표해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보증보험이 국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로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건전한 경영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김병기 서울보증보험 사장은 앞으로 업무 추진 때 이번 일을 염두에 두고 만전을 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21일 김 사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8월부터 생계형 채무자 19만 명의 연체이자를 탕감하고 대출원금도 30~50% 감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서울보증보험이 대출을 보증한 86만3193명의 22% 규모로 채무 원리금은 8964억원이다. 서울보증보험은 당시 “10년 이상 연체돼 회수 가능성이 사실상 없고 장부에서도 이미 떨어낸 채권”이라며 “원리금 일부를 탕감해 채무자의 부담을 줄이는 게 상환의지를 높이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병기 사장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서민 지원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사전 협의 없이 돌출적으로 발표돼 정책 혼선으로 비치고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는 게 위원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발표 과정에서 금융위 서민지원팀 등 관련 정책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부서도 내용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울보증보험은 발표 하루 전날인 20일 오후에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예금보험공사 역시 단순히 채무 감면만 실시한다는 정도의 내용을 보고받았을 뿐 채무 탕감 규모는 발표 시점까지 몰랐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금융 공기업들은 금융 당국의 주도로 다양한 친서민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금융위 등과 사전 조율을 통해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담았다면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른 관계자도 “김 위원장의 발언이 채무 탕감을 없던 일로 하라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서민 관련 금융정책은 자칫하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서울보증보험의 발표 이후 생계형 채무자에 대한 채무 감면이 회사의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시 16회인 김 사장은 재정경제부 국고국장, 대통령 비서실 정책비서관, 금융정보분석원장,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을 거쳐 지난달 24일 서울보증보험 사장에 선임됐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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